ep 2. 대체로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앞의 글에서 말했듯이 이번 학기에 듣게 된 수업은 ‘Consumer Behavior, Marketing, IMC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s) Music appreciation, Weight Training, Piano lesson’ 이다. 첫 수업 전날이 되자 밤이 깊어도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들이 무시하면 어쩌지’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동국대에서 광고홍보학과 수업을 종종 영어 강의로 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애써 잠을 청했다.
첫 수업부터 영어로 토론이라니 광고홍보학과 수업인 ‘Consumer Behavior, Marketing, IMC’은 모두 Walter 교수님이 가르치셨다. Walter 교수님은 늘 웃는 얼굴로 수업 내용을 꼼꼼히 가르쳐 주셨다. 미국은 광고가 발달한 나라인 만큼 종종 한국 교수님들의 수업에서 들었던 마케팅 사례들 혹은 이론과 겹치는 것들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한국에 계신 교수님들이 떠올랐다. 어느 나라나 학생들에게 좋은 사례를 통해 이해의 깊이를 더해주고 싶은 마음은 같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만 조금 다른 건 전반적인 수업 분위기였다.
▲ Marketing 수업 시간
Walter 교수님은 수업 중 학생들의 의견을 자주 물으셨다. “What do you think of this marketing? Do you have any experience? Why do you think so?” 학생들도 수업 중간중간 이해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는 내용이 있으면 교수님께 되물었다. 교수님은 곁에 앉은 사람과 애플과 캐논의 기업 메시지 변화와 그 의미에 대해 의견을 말해보라고 하셨다. 첫 수업부터 갑작스러운 토론 수업에 나는 무척 당황했다. 결국 다른 친구들이 말할 동안 할 말을 찾느라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수업이 끝나자 무척 속이 상했다. 기숙사로 돌아와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다. 내가 답을 망설였던 이유는 부족한 영어 실력과 혹여나 오답을 말하는 게 두려웠던 것 때문이었다. 첫 수업 시간을 돌이켜보니 학생들이 때때로 농담 섞인 답을 해도 교수님은 함께 웃으며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셨다. 여기에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의견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었다. 나도 의견을 말하는 데 있어 너무 겁먹지 않아도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더불어 수업 전후로 모르는 단어를 정리하고 토론과 관련된 질문은 대략적인 나만의 의견을 정리해두기로 마음먹었다.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이를 습관화하니 수업을 듣기에 한결 수월해졌다.
몸과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교양 과목들 노던주립대학교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예술과 체육이 특화되어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관련 교양 과목인 ‘Piano lesson, Music appreciation, Weight Training’을 신청했다. 한 달가량 수업이 진행된 시점에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지 않지만, 듣길 잘했다’이다.
▲ 피아노 연습을 하는 모습
▲ 교수님 방에서 진행되는 피아노수업
‘Piano lesson’은 체코에서 오신 교수님과 일주일에 한 번씩 1:1로 진행되는 수업이다. 기타, 첼로, 바이올린, 클라리넷 등 다양한 악기 선택지가 있었지만 어릴 적 피아노를 쳤던 경험을 되살려 수업에 갔다. 교수님의 방은 꼭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햇살이 가득 드리운 방 안엔 세 대의 피아노와 식물들이 놓여 있었다. 비밀스러운 온실에서 피아노를 치는 기분이었다. 꽤 오랜 시간 피아노를 치지 않아서 악보를 읽는 것조차 어색했지만 교수님은 걱정할 필요 없다며 나의 실력에 어울리는 악보집을 선뜻 빌려주셨다. 매주 연습실들에서 연습한 피아노곡을 연주하고 피드백을 들었다. 교수님은 단순히 피아노를 치는 것보다 그 안에 감정을 넣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수님과 함께 피아노 선율에 어울리는 감정을 찾고 담아내려고 노력하다 보니 30분씩 진행되는 수업은 꼭 10분처럼 느껴질 정도로 재미있다. 다만 나의 감정을 영어로 말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다양한 표현을 익히려고 노력 중이다. ‘Music appreciation’은 트럼펫 연주자인 교수님께서 가르치는 음악 감상 수업이다. 그래서인지 교수님은 수업 중간에 자신의 트럼펫을 꺼내 들어 연주를 해주신다. 처음엔 교수님의 적극적인 모습에 깜짝 놀랐지만 이젠 익숙해졌다. 예술의 역할부터 시작된 수업은 현재 중세 음악을 감상하는 데 이르렀다. 매주 온라인으로 짧은 퀴즈와 주제에 맞춰 의견을 남기는 과제가 있지만, 단순히 음악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적 배경을 함께 배운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 화, 목 아침마다 Weight training 수업을 듣느 Bernet Center
▲ Bernet Center는 수업이 아니어도 NSU 학생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Weight Training’은 교내 체육관인 Bernet Center에서 화, 목 아침 9시에 시작되는 만큼 시간이 조금 부담되긴 했지만 운동하는 습관을 기르고자 신청한 수업이었다. 첫 수업에서 교수님은 각자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라고 했다. 그리고 인바디를 통해 몸 상태를 확인한 뒤에 각종 운동 기구 사용법을 익혔다. 교수님께서는 학생들마다 운동량을 검사하며 각자에게 필요한 기구의 무게와 횟수를 가르쳐주셨다. 헬스장에 가도 제대로 된 기구 사용법을 알지 못해서 트레이드 밀이나 자전거를 타던 게 전부였기에 새로운 운동법을 익히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직 목표치에 다다르진 못했지만 종강 무렵엔 기구들과 친해질 거라고 믿고 있다.
▲ 아침 운동 뒤에 마주친 겨울왕국 NSU의 눈꽃 핀 나무들
어느덧 노던주립대에서 보낸 시간도 한 달이 훌쩍 넘었다. 문득 한국에 남은 관계들, 음식들이 그리울 때가 있지만 훗날 이곳의 생활도 그리워질 만큼 적응을 했다. 얼마 전 시작된 팀프로젝트들과 시험을 준비하며 봄방학을 기다리고 있다.
웹진 기자 오수진 (국어국문.문예창작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