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던주립대학교 (NSU) 교환 일기
ep 1. 어서 와, 겨울왕국 애버딘은 처음이지?
ep 1. 좌충우돌 미국 생활 정착기
1월 9일 영하 20도. 애버딘(Aberdeen)에서 첫 아침을 맞이하며 휴대폰으로 오늘의 날씨를 확인한 순간, 나는 두 눈을 의심했다. 한국에서는 영하 10도만 되어도 무척 추운 날씨라며 걱정하는데 영하 30도라니. 어떻게 옷을 입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나는 챙겨온 옷 중 가장 따뜻한 것들로 입은 다음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는 Lincoln Hall로 향했다.
▲ 링컨홀로 향하는 길 ▲ NSU Fine Arts center (예술대) 전경
생전 처음 느껴보는 추위에 눈을 똑바로 뜨기조차 어려웠다. Lincoln Hall엔 국제 교류 담당 Stacey가 나를 비롯한 교환학생들을 반갑게 맞이해줬다. 그녀는 우리에게 신발을 한 짝씩 벗으라고 하더니 서로의 신발을 찾아주며 인사를 나누는 아이스브레이킹 게임을 진행했다. 낯선 공간에서 우리는 조금 어색한 ‘hello’와 ‘Nice to meet you’를 건넸다. 한국, 중국, 일본, 가나, 소말리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 있었다.
서로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 다음엔 캠퍼스 투어를 시작했다. 자연스레 동국대학교 새내기 시절이 떠올랐다.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건물들 설명을 들을 때만 해도 어렵게 느껴지던 공간이었는데 이젠 강의실 곳곳에 추억이 남아 있었다. 이곳 노던주립대학교도 언젠가 그런 날이 올까? 싶은 짧은 단상과 함께 인솔 학생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캠퍼스 투어를 하며 ID 등록과 학생증을 만들었다. 인상 깊었던 점은 인솔 학생이 교직원, 교수님의 방문을 앞을 지날 때 문이 열려 있으면 꼭 인사를 건넨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따로 방문할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사무실 안의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진 않았기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미국은 길에서 낯선 이와 마주쳐도 반갑게 안부를 묻는 게 일상적인 곳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How are you?”라고 묻는 인솔 학생의 물음에 선생님들은 경쾌하게 인사를 하며 우리들에게도 안부를 물었다. 나도 언젠가 낯선 이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 학교를 둘러보는 중 ▲ 학교 곳곳에는 몸을 녹일 수 있는 벽난로가 있다.
캠퍼스 투어를 마친 뒤엔 은행 계좌 개설을 했다. 한국에서도 ‘은행’을 떠올리면 어려운 용어들이 먼저 떠오르는 만큼 조금 긴장이 되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학교 근처에 있는 Wells Fargo 은행에서 직원들이 직접 나와 우리에게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어떠한지, 어떤 식으로 수업료 납부와 송금이 진행되는지 등을 자세하고 쉽게 알려줬다. 그리고 계좌 개설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직접 은행까지 데려다주었다. 수업료를 납부할 때 수표를 작성한다는 것, 한국의 은행을 포함한 타 은행에서 Wells Fargo 계좌로 돈을 이체할 경우엔 수수료 16달러가 붙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한국과 매우 유사한 운영 방식이었다. 우리는 정식 카드가 발급되기 전까지 사용할 임시 카드를 발급받은 뒤에 학교로 돌아왔다.
▲월마트에 데려가기 위해 모인 차들 ▲월마트의 낯선 식료품들
다음 날도 간단한 오티를 한 뒤에 생필품을 사기 위해 월마트로 향했다. 미국은 광활한 대지를 갖고 있지만 주요 도시를 제외한 지역엔 대중교통이 보편화되어있지 않다. 그렇다 보니 미국인들 대부분 고등학생 때부터 운전하는 걸 당연시 여긴다. 하지만 차가 없는 교환학생들은 외출하려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특히 애버딘은 미국 중부에 위치한 시골 마을인 만큼 택시와 유사한 Lyft나 Uber를 호출해야한다. 그런데 우리에게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준 친구가 있었다. 바로 Bobbi이다. 애버딘에서 자란 Bobbi는 기숙사 룸메이트로 한국인을 만난 인연 덕분에 교환학생들과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나도 그들 중 하나였다. Bobbi는 자신과 친분이 있는 동네 어른들에게 우리를 월마트에 데려가도록 도움을 요청했다. 학교 주차장엔 우리를 데려다줄 차들이 길게 늘어섰다. 추운 날씨에 번거로울 텐데도 불구하고 처음 만난 외국 학생들을 돕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보니 감동적이었다. 우리는 Amy의 차에 탔다. 그녀는 월마트에 가서도 어떤 물건을 사야 하는지 물으며 함께 골라줬다. 만약 내가 Amy와 같은 입장이었더라도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날 내가 느낀 온정을 꼭 다른 누군가에게 배풀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시간 남짓한 장보기 동안 나와 룸메이트는 간단한 먹거리와 이불 등 생필품을 부지런히 카트에 담았다. 낯선 식자재들로 가득 찬 선반을 보니 내가 미국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우리는 그날 사 온 음식들로 요리를 하여 Bobbi와 간단한 저녁을 함께 먹었다. 한국 음식을 처음 먹어본 Bobbi는 김치와 고추장을 마음에 들어 했다.
▲Bobbi와 함께 저녁을 먹은 날 ▲ 클라리넷을 비롯한 concert band 수업
13일 월요일은 개강일이었다. 나는 원래 복수전공을 하는 마케팅 전공 3개와 일반교양 2개를 듣는 게 목표였지만 신청된 과목은 전공 1개, 교양 2개가 전부였다. 결국 개강일부터 수강 정정을 해야 했다. 노던주립대학교 교환학생들은 홈페이지에서 직접 과목을 신청하거나 변경할 수 없었다. 원하는 과목들의 목록을 적어 교과목 담당자인 Jennifer에게 이메일을 보내면 수강 정원에 맞춰 신청해주는 시스템이었다. 막상 수업을 들어보니 바꾸고 싶은 수업들도 생겼따. 교양 수업으로 신청했던 클라리넷의 경우 생초보인 나에게는 부담스러운 합주와 연주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차례 Jennifer와 이메일을 보내고 사무실에 찾아가 수강 신청을 정정했다. 내가 직접 사이트에서 바꿀 수 없다는 게 아쉬웠지만 친절한 Jennifer가 늘 웃는 얼굴로 “no problem”이라며 담당 단과대학 교학팀과 연락을 도와주고 조언을 해준 덕분에 조급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지난한 수정 끝에 ‘Consumer behavior, Marketing, IMC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s) Music appreciation, Piano lesson’을 신청할 수 있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원하는 수업을 듣기란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한국에서 들었던 수업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기대되었다.
웹진기자 오수진 (국어국문.문예창작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