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완벽해지는 순간이 올 거에요
“잘못할 수는 있지만, 과정이나 길이 틀린 건 아닙니다. 일단 뭐든 해봤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본인이 잘못한 걸 깨달을 수 있으니까요. 본인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져버리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모든 게 완벽해질 겁니다.” 김태겸 교수는 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전하며 일반교양 <연기와 창의적 사고> 한 학기 수업을 마무리했다. 연기와 수업을 병행하고 있는 김 교수는 최근 <열혈사제>,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미스터 기간제> 등 다수 작품에 출현했다. 우리대학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동 대학원 연극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연기와 창의적 사고>는 어떤 수업인가요?
인물을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수업이에요. 정말 진심은 본인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볼 기회를 주고 싶어요. 요즘 대학생활 자체가 취업준비로 힘든데 이 수업에서 만큼은 자기 얘기도 해보고 동시에 남의 얘기도 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쉬어가는 수업이랄까요.
이번 학기 수업은 어떠셨나요?
지난 학기까지는 어른의 입장에서 학생들에게 방향 제시를 해주고, 제가 깨달은 걸 알려줘야 한다고 느꼈어요. 하지만 그것이 어리석었음을 깨달았죠. 여러분의 생각이 맞아요. 연기에 대해서도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요. 많이 놀랐어요. (기말고사 연극에서) 어떤 분은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극적 형태로 보여주고, 컨텐츠를 새로 만들거나 재해석하신 분들도 있었죠. 열 네 팀 모두가 기억에 안 남을 수가 없어요.
연기를 전공하지 않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건 교수님의 연기에 어떤 도움이 되나요?
연기 비전공 학생들을 보면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제가 연기에 있어서 성인이라면, 비전공 학생들은 아이 같은 순수함을 갖고 있어요. 학생들은 원석 그 자체거든요. 그들을 통해 제가 잊고 있었던 순수함을 볼 수 있어요. 어느 순간부터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의 투박한 원석 같은 생경한 매력을 잃는 경우가 많아요. 저 또한 마찬가집니다. 수강생들을 보면서 많이 배워요. 쉽지는 않지만 그때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대학원에 들어가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으신가요?
대학교 재학 당시 빨리 데뷔를 하는 게 목표였어요. 3학년 마치고 휴학한 후 2년간 대학로에서 열심히 활동하다가 2012년 탤런트 활동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학교생활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커졌어요. 고민 끝에 학교로 돌아와서 워크샵부터 다시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운 좋게도 졸업공연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라는 작품에서 주인공인 스탠리역을 했어요. 그 과정에서 동대다운(?) 연기를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그러다가 기획사에 들어갔는데 3개월 동안 기획사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만 탔어요. 연기는 못 하고 일만 하다 나가고, 기획사는 사라졌죠.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어요. 그때 당시 대학원에 故안민수 교수님께서 수업을 하고 계셨어요. 당시 저도 배움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터라 대가의 가르침을 받고자 진학을 선택했어요.
연기를 가르치면서 동시에 직접 하시는데, 두 가지 일을 할 때 시너지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현장에서만 지내다 보면 처음 시작했을 때의 간절함이나 그 순수했던 마음을 잊어버리기 쉬운 것 같아요. 배우도 결국 하나의 직업이거든요. 아무리 좋아서 하는 일이라도 일이 되는 순간 지치고 초심을 잃을 가능성이 크잖아요. 그럴 때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저도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고 저 또한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때의 순수함을 일깨워 주는 학생들을 만날 때 가장 행복하죠. 생각해보니 학생들이 저를 가르치는 것 같네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신가요?
제자들이나 후배들에게 창피하지 않은 선배가 되고 싶어요. 또 하나의 작은 바램이 있다면 떳떳한 지성인이고 싶고요. 마치 김상중 선배님이나 이순재 선생님처럼요. 이분들이 제 롤모델입니다.
배우를 꿈꾸는 동국대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빨리 다른 일을 찾으세요. 농담이고요. 연기가 너무 좋아서 오는 분들은 어쩔 수 없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힘들어서 다른 일을 찾다가 연기를 선택하진 마세요. 세상일 다 똑같이 힘들지 않을까요? 이곳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연기에 미치지 않고서는 힘듭니다. 특히 이 분야는 노력한 만큼 잘하기도 힘들고 잘 하는 만큼 대중에게 사랑받기도 힘든 것 같아요. 그 사랑을 유지하기는 더욱 힘들죠. 무턱대고 도망치듯 오지 마시고, 이거 아니면 안 될 때 시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