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들의 용기를 본받아” 떠난 37일간의 자연탐사
- 동굴탐험연구회 북미 자연탐사 보고 -
우리대학 중앙동아리 동굴탐험연구회에서 지난 8월 37일 간의 북미 자연탐사를 성공리에 끝마쳤다. 이번 북미 자연탐사는 동굴탐험연구회가 1970년 창설된 이래로 다섯 번째 맞이한 해외 탐사이며, 대학시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과감히 낯선 해외로 도전했던 선배 탐험가들의 정신을 후배들이 이어받아온 것이다. 해외에서 귀국한 지 얼마되지 않아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탐사대장 서태석 학우(식품생명공학19)와 안부 인사를 나누며 지난 37일 간 북미 자연탐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동굴탐험연구회
Q1. 안녕하세요, 서태석 학우님. 동굴탐험연구회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동굴탐험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53기 서태석입니다. 동굴탐험연구회는 1970년 창설돼 국내외 다양한 동굴들을 탐사해온 동아리입니다. 연 4회의 정기 탐험을 떠나며 동굴 운행 및 동굴 입구 수색 등 다양한 익스트림 스포츠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동아리입니다. ‘동굴탐험’이라는 흔치 않은 활동을 하는 만큼 평소 부원들과 동굴 탐사를 위한 장비 사용법, 매듭법, 암벽 등반 등을 훈련합니다. 올해 창립 53주년을 맞은 역사 깊은 동아리로서 재학생들로 구성된 재학부, 그 재학부를 도와 기술을 전수해주시는 OB 선배님들이 있습니다.
Q2. 37일 간의 북미 자연 탐사 후 그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간단한 탐사 소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북미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탐사를 진행하며, 대한민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자연환경과 기후 등을 직접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동굴탐험가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연을 대하는 북미의 탐험가들, 여행가들과 교류하며 우리 동아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습니다.
▲ 그랜드캐니언
Q3. 이번 북미 자연 탐사의 목적과 의도는 무엇이었나요?
이번 북미 자연탐사의 주 목적은 미국동굴학회 NSS에서 주최한 컨벤션에 참여해 동굴 탐험을 위한 기술 및 지식을 교류하고, 낯선 자연환경에 대한 경험과 미국 동굴탐험 문화에 대한 학습을 통해 대원들의 탐사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었습니다.
Q4. 북미의 자연동굴 8곳을 탐사하셨습니다. 우리나라 자연동굴과는 색다른 동굴 탐험이었을텐데요. 북미 동굴탐험에서만 얻을 수 있었던 경험과 느낀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2024 NSS 컨벤션이 개최된 테네시, 알라배마, 조지아 지역은 동굴밀집지대로 대략 1만 3천 개의 동굴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평소 접하기 힘든 대형 수직굴, 수굴, 하천과 연결된 대형 수평굴 등 다양한 동굴 환경을 해당 기간 동안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미국의 동굴탐험가들과 교류하며 동굴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법과 장비 사용법, 미국의 동굴탐험 문화 등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비교적 동굴탐험가들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지역마다 동굴탐험 동호회가 활성화돼 있어 Grotto 단위로 동굴탐험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점 덕분에 미국은 동굴탐험가들이 일상적인 취미로써 동굴탐험을 즐길 수 있으며, NSS라는 큰 협회를 통해 취미 동굴탐험가부터 직업 동굴 학자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회원들이 유기적으로 소통 및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습니다.
▲ 테네시 cagle chasm
▲ 테네시 cagle chasm
탐사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없지만 미국의 동굴 소유와 관리 방식이 우리나라와 다르다는 점에 관심이 갔습니다. 국가 매장문화재로 관리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동굴들과 다르게, 미국은 동굴이 있는 지역의 지주가 동굴을 소유 및 관리하고 있어 협회 차원에서 지주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굴탐험에 필요한 허가 등의 절차가 매우 간편해 탐사에 대한 진입장벽을 크게 낮춘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Q5. 요세미티 국립공원, 옐로스톤 국립공원 등 북미의 자연경관을 두루 탐사하고 오셨습니다. 학우분들께 꼭 소개해주고 싶은 자연경관지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 오레건 골드비치
탐사 초반, NSS 컨벤션 참가까지 시간이 많지 않아 서둘러 이동하기 위해 산타마리아에서 요세미티, 데스밸리, 라스베가스, 후버댐, 66번 국도를 거쳐 그랜드 캐년까지 2박 3일 간 2천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했습니다. 세미티의 밤하늘과 일출,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넘어가며 만난 그림 같던 호수들, 섭씨 50도에 육박하던 데스밸리의 뜨거운 공기, 그리고 그랜드 캐년에서 마주한 일몰까지 경이로운 광경들이 매 순간 펼쳐지던 것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Q.6 37일 간의 북미 자연 탐사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미국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 마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도움을 주고자 하는 미국의 문화를 여러 상황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글레이셔 국립공원에서 캠핑장을 이용할 때 세탁기와 건조기를 이용하기 위해 쿼터 동전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 이용객 센터가 문을 닫아 곤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때 주변을 지나가던 이용객 분들께서 흔쾌히 상황을 물어봐주시고 쿼터 동전을 나눠주셨습니다. 그리고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있는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던 중 차량 배터리가 방전돼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옆에서 주유하고 계시던 분께서 흔쾌히 점핑 선으로 차량을 충전해주셔서 시동을 걸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상황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런 에피소드가 한국에 돌아온 지금 기억에 특히 남습니다.
Q7. 탐사 일지에 눈에 띄던 점으로 미국 캔자스 시티에 거주 중인 선배의 집 방문이었습니다. 동아리 선후배 간의 끈끈한 유대감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번 탐사 또한 해외였던 점에서 학교 안팎으로 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캔자스 시티 선배의 집 방문과 더불어 이번 탐사에서 특별히 선배님들께서 도와주신 고마운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 캔자스 시티 거주 중인 1기 김진동 선배 자택에서
▲ 19기 정정수 선배와 옐로스톤의 한 레스토랑에서
동굴탐험연구회는 동굴탐험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선후배 간에도 가족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탐사는 동굴탐험연구회에서 약 8년 만에 진행하는 해외 탐사였기 때문에 많은 OB선배님들께서 계획과 재정 등 다방면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미국에서는 캔자스 시티에 살고 계신 1기 김진동 선배님께서 자택에서 머무르는 것을 허락해주셔서 선배님 댁에서 바비큐 파티와 배지 수여식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선배님께서 주변의 박물관과 명소를 구경시켜주셨고, 캔자스와 미주리 지역의 역사와 미국 문화에 대해서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옐로스톤에서는 19기 정정수 선배님께서 편도 6시간 거리를 아내분과 함께 오셔서 점심을 사주셨고, 김치와 과일 등 필요한 물품과 함께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아 주셨습니다.
Q8. 동굴탐험연구회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올해의 계획으로는 추계 정기 동굴탐험과 동굴제, 동계 정기 동굴탐험이 예정돼 있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뉴욕에서 열리는 2025 NSS 컨벤션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해외 동굴탐험가들과의 교류를 이어가고 동굴 탐사의 범위를 국내로 국한하지 않고 해외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동굴탐험연구회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웹진기자 이태건 (국어국문문예창작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