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재학생의 제안으로 강의가 만들어졌다?!
2023년 1학기부터 학생 참여로 건학이념인 불교 정신을 이해하고 구현하는 교과목인 ‘디지털붓다와의 대화’가 신설된다. 해당 강의는 우리대학 교양교육 기관인 다르마칼리지가 개최한 제1회 일반교양 학생아이디어 공모전 수상작인 ‘현대 사회와 붓다 솔루션’을 모체로 한다.
1. 우리대학 교양교육을 담당하는 다르마칼리지가 2023년 1학기 일반교양 ‘디지털붓다와의 대화’를 신설합니다. 이는 제1회 일반교양 학생 아이디어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인 ‘현대 사회의 갈등과 붓다솔루션’을 모체로 하는데요. 학생이 건학이념인 불교정신에 입각해 직접 개설 희망 교양 과목을 제안하고, 실제 강의 개설로 이어졌다는 점이 특히 흥미롭습니다. 장미란 교수님께서 학생이 직접 제안한 강의를 실제 교양 강의로 만들어간 과정이 궁금합니다.
박선호(바이오환경과학과 18학번) 학생이 제안한 모든 것을 강의에 담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대부분의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구요. 대체로 오랫동안 강의를 하면서 느꼈던 학생들의 관심이나 어려움과 일치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 제가 학생들에게 수업이라는 강의실 공간에서나마 불교를 전공한 교수자로서 만들고 싶은 강의이기도 했습니다. 그렇더라도 학생들의 갈등요소가 되는 사회적 환경이나 문제, 내면의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을지, 교수자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지, 학생들이 강의에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활동은 무엇일지에 참 많이 고민되던 시간들이었고 그것이 무엇일지 귀를 기울이려 노력했습니다.
2. ‘디지털붓다와의 대화’는 디지털 사회 속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디지털붓다와 대화 시도를 통해 고민과 갈등을 해소하고 위기를 관리하는 방법을 익힌다는 강의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강의 제목의 ‘디지털붓다’는 무엇인지, 학생들은 강의에서 어떤 내용을 배우게 될지 궁금합니다.
디지털붓다는 디지털 전환시대라는 공간적 배경과 불타의 응화신으로서 디지털붓다라는 중의적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저는 청년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현대 사회가 디지털전환 시대라고 생각했습니다. 현 시대를 우리는 보통 4차산업혁명시대라고 부르는데 사실 디지털전환시대라는 단어가 보편적으로 쓰이거든요. 요즘 시대에 특히 청년들이 엄청난 사회적 변화를 겪고 영향을 받는 배경이 바로 디지털 전환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VR, AI, 빅데이터, 그래픽, 통신, 로봇기술 등의 기술 발전으로 죽은 사람을 실감나게 되살리기도 하고, 메타버스콘텐츠나 소리, 형체를 지닌 로봇 등으로 얼마든지 디지털세계와 현실세계에서의 구현이 가능하잖아요. 말하자면 비록 석가모니의 육신은 이미 오래 전에 없어졌지만, 이 시대의 청년들이 원하고 바라는 설법을 해주시기 위해 나타난 응화신으로서의 불타라는 의미에서 ‘디지털붓다’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강의 제목에서 솔루션이라는 단어 대신 ‘대화’라는 단어를 택한 이유는 수평적 관계속에서 불교든 저든 좀 더 친근하게 생각해주길 바라고, 학생들은 자신에게 애정을 갖고 조금 더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스스로 고민하고 찾고 해결하려고 하기를 희망해서입니다. 아무래도 솔루션은 교수자가 또는 불교가 해결을 위해 일정한 해답을 제공해준다는 의미가 상하관계식의 고정관념에 갇히게 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산다는 게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끊임없이 좌충우돌하며 나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의 연속이잖아요. 특히 우리 청년세대들은요. 요즘 소통을 엄청 말하던데, 대화가 곧 나와의 소통이고 타인, 사회와의 소통에 시작이 아닐까요. 학생들이 그런 대화의 자리에 저도 끼워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대화라는 단어를 선택했습니다.
이 강의는 제가 준비한 이론 강의가 있고, 토의도 있는데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으로 생각해주면 좋을 것 같고, 스스로 실천해보는 시간도 가져보려고 합니다. 이론 강의를 배제할 수는 없기에. 주제별 관련 학문적 지식과 불교를 제가 준비한 PPT자료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불교는 뭘 다룰지가 궁금할까? 저는 교양에서 불교 강의는 처음 강의를 시작할 때도 그랬지만, 현실과 접목한 이론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생각의 변화를 꾀하고 다른 삶 또는 나와 다르지 않은 삶을 보여 줄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그동안 제가 다뤘던 것과 차이라면, 얼마나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불교에서 생활을 담은 이야기들을 소개하는 것일 듯합니다. 율서나 법구경, 우리나라 스님들 기록에서의 생활 이야기, 붓다의 전생이야기 등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팀 프로젝트 발표나 개인 과제도 주어지는데, 팀 프로젝트는 선택적이고 대체 방법도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 수업이 내 스트레스의 근원과 해소 방법을 찾자고 들어왔는데, 팀프로젝트가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게 만들 순 없잖아요. 그래서 오픈 프로젝트로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강의내용은 충실하게 듣는다면 충분히 이해될 수 있도록 준비하려고 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전공과 달리 교양은 수업시간에 잘 듣는 것으로 충분해야 하고 과제든 뭐든 시험조차도 꼭 학생들에게 최대한의 효과, 최소한의 수고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해 안 되는 부족한 부분은 질문을 통해 해결하면 될 일이고요.
3. 해당 강의를 수강할 학생들이 수업을 듣기 전 미리 준비하면 좋은 부분이나, 수업을 들으면서 꼭 얻어갔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앞 질문에서도 말씀드린 건데, 교양과목은 기본적으로 수업 안에서 다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미리 준비할 것은 없고, 지식 전달은 강의 중에 충분히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강의를 듣고 많이 생각하는 것, 스스로 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면 충분합니다. 모든 고민의 시작은 나의 마음에서부터입니다. 이 수업을 계기로 자신과의 대화는 물론 학우들과의 대화를 통해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해나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4. 디지털 시대, 내면의 갈등뿐만 아니라 타인, 사회와의 갈등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많은 학생들을 수업을 통해 만나서 느낀 점이기도 합니다. 특히 일반교양은 3, 4학년들이 많은 편인데, 이들은 취업, 진로에 대한 고민과 불안감이 엄청나죠. 제가 보기에는 충분히 잘하고 있고 충분히 애쓰고 있고 성장하고 있는데 자기자신은 안 보이나 봐요. 자신을 칭찬해줄 줄 모르고, 자신이 잘하고 있는 것들에 인색하고 조바심내고 불안해하는 친구들을 많이 보곤 합니다. 지금 내 삶에 즐거운 무언가를 잠시 하는 것, 하다못해 힘들어 잠시 쉬는 것조차도 뒤쳐지는 것 같아 불안해하고, 때론 사치로 여겨 내 삶에 끼워넣지도 않는 모습도 봅니다. 제가 보기엔 안쓰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죠.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자신을 과소평가하거나 폄하하지 말고 칭찬해줬으면 좋겠고, 현재 내 자신이 부족한 점이 있다면 인정하고 격려해주었으면 좋겠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목표 의식에 자신에게 정말 소중한 걸 포기하거나 놓치거나 하지 않았으면 해요. 생각을 조금만이라도 바꿔서 내 안에, 내 삶에 조금의 틈이라도 주려고 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나를 믿고 때로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나를 기다려주기도 하면서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여러분 세대는 수명이 120세도 아니고 200세라는 말도 하던데요. 자기자신을 믿어주고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