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던주립대학교(NSU) 교환 일기 CHAPTER 7. 미국 대학의 온라인 수업과 종강
Spring Break를 마치고 돌아간 학교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방학이 연장되면서 대다수의 학생이 기숙사로 돌아오지 않았고, 학교의 시설들도 운영 시간을 단축했다. 학생 식당이나 카페에선 제한된 메뉴만 먹을 수 있었다. 그 무렵 동국대학교에서도 교환 포기에 관한 안내문을 보내줬다. 나와 친구들은 고민에 빠졌다. 아예 교환학생을 포기할지, 조기 귀국을 하되 NSU의 남은 수업은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들을지, 종강까지 미국에 남을지 이야기를 나눴다. 의견이 분분했다.
긴 고민 끝에 내린 선택, 조기 귀국
마침내 노던주립대도 남은 학기를 전부 온라인으로 수업한다는 공문이 내려왔을 때, 나는 한국행 항공권을 예약했다. 이미 중간고사까지 치른 것과 한국 학교들 또한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되고 있었기에 NSU의 남은 수업을 한국에서 듣기로 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코로나 19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외국인으로서 과연 제대로 된 검사나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내겐 최선의 선택이었다. 노던주립대 교수님들께 양해를 구하는 이메일을 남기고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예상보다 이른 귀국 일정에 무척 바빴다. 미리 짐을 부치고 종강 후 계획했던 여행 일정을 취소한 뒤 통신사와 은행을 해지했다. 제일 아쉬웠던 순간은 친구들, 교수님과의 작별 인사였다. 팀 프로젝트에서 친해진 친구와 Spring Break 후엔 날이 따뜻해질 테니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소풍도 가자고 약속했는데 이젠 함께 봄을 보낼 수 없었다. 친구들과의 작별 인사 후, 나는 혼자 교정을 거닐며 마음속에 풍경을 담았다. 처음 도착했을 때만 해도 어색했던 학교 건물 곳곳에 소소한 추억이 남아 있었다.
▲ 어느덧 날이 따뜻해져 푸른 잔디가 보이는 NSU
▲ 떠나기 전날, 마지막으로 거닐었던 NSU 교정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은 ‘긴장’ 그 자체였다. ‘애버딘-미네아폴리스-시애틀-한국’이라는 긴 여정이었기에 코로나 19 감염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비행기를 타고 오는 내내 일회용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했다. 마침내 4월 2일 한국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시에서 지정된 전용 버스를 타고 곧장 선별진료소로 향했다. 다행히도 검사 결과는 ‘음성’이 나왔지만 혹시 모를 잠복기를 위해 2주간 자가 격리를 했다. 평소 집에 있는 걸 좋아해서 별로 어렵지 않을 줄 알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지쳤다. 하지만 코로나 19를 잠재우기 위해 힘쓰는 각 분야의 여러 사람을 보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13시간 시차를 극복하며 ZOOM으로 온라인 수업을 듣다… 새벽 팀플과 온라인 연주회
노던주립대의 종강은 5월 초였기에 자가 격리 기간과 그 후에도 꽤 바쁜 일정을 보냈다. 시험과 개별 과제, 팀 프로젝트를 이어가야 했다. 온라인 그리고 13시간의 시차라는 점들 때문에 잊지 못할 순간들도 있었다. Spring Break 전부터 마케팅 과목들은 팀 프로젝트를 상당 부분 진행한 상태였다. 그래서 정리와 발표를 해야 했다. 하지만 13시간의 시차가 나다 보니 팀원들과 일정을 조율하는 게 쉽지 않았다. 우린 여러 번 이메일을 주고받은 끝에 한국 시간으로 새벽 2시 혹은 이른 아침에 Zoom으로 화상 회의를 했다. 마침내 발표 날이 되었을 때, 나는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Zoom에서 화상 발표를 했다. 잠옷을 입은 채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상황이 웃기고 부끄러웠지만 교수님과 조원의 따뜻한 격려 덕분에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 학생들이 한 학기동안 배웠던 곡을 연주했던 마지막 피아노 수업
제일 아쉬웠던 건 피아노 수업이었다. 어릴 땐 억지로 쳤던 피아노를 이번 기회에 다시 연주해보니 음악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덕분에 훨씬 즐거웠다. 노던주립대엔 피아노 연습실이 여러 곳 있었지만 한국 집에선 이미 피아노를 처분한 지 오래였다. 그래서 한국에 가면 어떻게 피아노 수업을 들어야 할지 막막했다. 교수님과의 상담에서 내 고민을 이야기하자, 교수님은 제안을 했다. 지금까지 연습한 곡들을 영상으로 미리 보내두고, 한국에 가면 레슨 시간에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었다. 교수님은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정규 수업 외에도 추가로 화상 수업을 해주시며 나를 배려해주셨다. 1대1 수업이었기에 한국에선 매주 월요일 밤 11시에 Zoom으로 만나 ‘Good morning’과 ‘Good night’을 주고받았다. 교수님은 수업 전, 클래식 연주 영상들을 보내주셨다. 내가 그 곡에 대한 감상을 말하면 교수님은 작곡가와 그 곡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 피아노 수업의 Marcela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사진으로나마 보내주신 ‘체코식 크리스마스 쿠키’
마지막 수업은 온라인 연주회였다. 원래대로라면 자신이 한 학기 동안 배운 곡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걸 골라서 친구들 앞에서 소규모 콘서트를 해야 했다. 하지만, 직접 만날 수 없으니 교수님은 4개의 시간대를 정해서 Zoom으로 온라인 연주회를 열었다. 나도 그중 하나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순서대로 피아노 연주를 했다. 한 학생의 연주가 끝나면 우리는 화면 너머로 박수를 쳤다. 그리고 곡에 대한 감상을 나눴다. 콘서트 초반엔 낯선 형식에 자꾸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 연주하는 학생들을 보니 점점 빠져들었다. 나는 피아노가 없어서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는 게 무척 아쉬웠다. 교수님은 연주회가 끝난 뒤, 이메일로 ‘체코식 디저트 쿠키’ 사진을 보내셨다. 직접 만날 순 없지만 한 학기 동안 모두 고생했다며 눈으로라도 쿠키를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체코에서 온 교수님은 언젠가 내가 체코에 놀러 가게 되면 꼭 연락하라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
‘과거의 내가 미래를 알았더라도 교환학생을 갔을까?’ 답은 YES!
종강 후, 성적표를 받은 뒤에도 한동안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어릴 때부터 교환학생을 꿈꿨기에 다소 늦은 4학년 1학기였지만 도전을 했다. 비록 코로나 19로 인해 원래 계획해둔 걸 모두 이루진 못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설령 과거의 내가 미래를 알았더라도 나는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만큼 교환학생은 내게 많은 걸 남겼다. 떠나기 전엔, 4학년이 되기까지 앞만 보고 달린 만큼 교환학생으로 잠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다는 마음이었다.
▲ NSU에서 받은 성적표
잠시 다른 세계에 머물다 보니 매일이 도전의 연속이었다. 다른 언어, 음식, 사람들, 수업, 문화, 첫 기숙사 생활 등. 모든 게 익숙한 한국이었다면 굳이 마주하지 않아도 될 낯선 상황들을 오롯이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전엔 하지 못했던 도전을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나’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 안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모습들을 발견했다. 그 결과, 나는 생각보다 스스로의 가능성을 많이 닫아둔 채 살아가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낯선 상황에서 미리 겁먹고 포기하기보단, 도전하고 부딪혀도 괜찮다는 걸 몸소 느끼게 되었다. 누군가에겐 별거 아닌 깨달음일 수 있지만, 내겐 소중한 배움이었다. 노던주립대가 있는 Aberdeen은 한국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특별한 관광지도 없기에 영영 다시 가지 못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며 그때의 추억들을 더 소중히 간직하려 한다. 문득 힘들 때마다 NSU의 풍경을 떠올리며 심호흡하면, 다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느덧 NSU는 동국대학교만큼이나 소중한 존재로 스며들었다.
비록 코로나 19로 인해, 교환학생을 가기 어려워졌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낯선 생활이 쉽지 않을 수 있지만, ‘학생’이라는 시기에만 누릴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웹진 기자 오수진 (국어국문.문예창작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