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학부의 유일무이 번역 학회 ‘번뇌’의 시작과 미래
2024년 5월, 동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내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바로 번역을 사랑하는 학생들이 모여 만든 번역 학회, 번역하는 뇌: 번뇌의 출범이다. 전공 특성을 살린 실질적인 활동을 통해 번역 역량을 기르고자 만든 이 학회는 현재 3기까지 운영되며 학부 내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해당 학회를 만든 1.2기 회장 한지운 학생과 열심히 활동 중인 3기 회장 임예나 학생을 만나 번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1. 영어영문학부 번역학회 ‘번뇌’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번역하는 뇌: 번뇌’는 2024년 5월에 개설된 영어영문학부 내 유일한 번역학회로, 본 전공만의 메리트를 살릴 수 있는 활동을 진행하고자 개설되었습니다. 아직 번역 경험이 적은 저학년은 학회 활동을 통해 번역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와 실습 기회를 가질 수 있고, 고학년의 경우 본인이 진출하고자 하는 분야와 관련된 번역을 하며 역량을 쌓을 수 있습니다. (임예나, 3기 회장)
Q2. ‘번뇌’라는 새로운 학회를 만들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와 중점을 뒀던 부분이 궁금합니다.
함께 강의를 수강하며 번역에 대한 제 열정을 알아보고 제안해 준 학우 덕에 용기를 내 학회를 개설했습니다. 번역이 하고 싶어 하던 일을 그만두고 다시 대학에 편입한 만큼, 더 많은 사람과 다양한 유형의 번역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번역학회를 통해 이를 현실화하고 싶었습니다.
학회의 가장 큰 목표는 번역계로의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영어영문학부 학생들은 체계적인 번역 수업을 통해 능력은 출중하나 번역 업계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을 쌓아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위해 번역 포트폴리오를 제작해 번역 경험을 구체화하고, 국제영화제 출품작에 대한 자막 번역 협업을 통해 이력의 시작을 돕고, 번역인과의 만남을 주선했습니다. (한지운, 1.2기 회장)
Q3. 번뇌의 활동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번뇌의 활동은 크게 메인 프로젝트와 TF 프로젝트로 나뉩니다. 메인 프로젝트는 저학년 학회원들은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프로젝트로, 다양한 텍스트의 번역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학회원은 월마다 드라마, 노래, 수상소감 등 어렵지 않고 재미있는 텍스트를 접합니다. TF 프로젝트는 고학년 학회원이 필수로 1개 이상 참여해야 하며, 도전해 보고 싶은 번역 또는 자신이 진출하고자 하는 진로의 스펙으로 활용하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올해는 문학, 영화/드라마, 노래 가사/뮤지컬, 기술로 나뉘어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학회원은 프로젝트를 통해 나온 번역물을 월 1회 오프라인 모임에서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습니다. 또한, 기술 번역 TF팀(경제, 법학 등)을 개설하여 분야별 텍스트를 번역하고 glossary(번역 사전)를 제작해 기업이 기대하는 ‘분야별로 특화된 영어 능력’을 함양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임예나, 한지운)
▲ 오프라인 모임서 열심히 참여하는 ‘번뇌’의 모습
Q4. 주 활동과 별개로 진행되는 쿠키 프로젝트의 목표와 중점을 둔 부분이 궁금합니다.
쿠키 프로젝트의 목표는 학회원의 창의성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자주 번역되는 텍스트 외에도 게임 용어 설명,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이름, 밈, 문화유산처럼 생소하나 언젠간 한 번쯤 번역을 해볼 수 있는 텍스트가 선정됩니다. 이를 통해 학회원은 원문의 의미를 그대로 전달 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번역을 고민해 보게 되고, 오프라인 모임에서 번역을 공유하며 다양한 번역의 방향성도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임예나, 3기 회장)
Q5. 지난해 말 황석희 번역가님을 초청해 강연을 진행하셨습니다. 황석희 번역가님의 SNS에 직접 연락하셨던 사연이 업로드 되기도 했습니다. 강연을 기획하게 된 계기와 섭외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예전부터 황석희 번역가님의 팬이어서 꾸준히 댓글을 달기도 했고 오프라인 행사에 가서도 우리 학교에 한 번 와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번뇌’를 만들게 됐고, 학회를 만들었다고 연락을 드리니 졸업하기 전에 꼭 오시겠다는 답장과 학회 모집 글에 좋아요와 댓글도 달아주셨습니다. 이후 번역인과의 만남에 초청하고자 계속 연락을 드렸고, 방문 의사를 보여주셨습니다. 그렇게 번뇌 2기 번역인과의 만남이 성사되어 무료로 강연을 해주셨고 가게 문이 닫힐 때까지 회식도 해주셨습니다. (한지운, 1.2기 회장)
▲ 황석희 번역가 SNS에 올라온 한지운 학생의 사연
▲ 황석희 번역가와의 만남
Q6. 황석희 번역가와의 만남 이후, 진행하고 있던 번뇌 활동 또는 활동 계획에 어떤 변화나 영향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인지도가 올라간 덕분에 번뇌 3기에 출중한 실력의 학회원이 많이 모여 퀄리티가 더 좋은 번역물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교수님들께서도 많은 도움을 주셔서 국제 학술지에 번뇌 회원들의 이름이 올라가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제가 동명의 번역회사를 차렸다는 것입니다. 학회 또한 회사 차원에서 관리하게 되며 학회원은 ‘학회 소속으로 활동’을 넘어 ‘회사 외주를 맡은 프리랜서 번역가’로서 이력을 쌓을 수 있게 됐습니다. 최근엔 한국번역학회에서 주최한 봄 학술대회에 참가하기도 했고, 번역 공모전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학회도 3기에 불과하고 회사도 작은 규모이지만, 회사 번뇌를 더욱 키워 번역가가 되고자 하는 학부생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든든한 발판이 되고자 합니다. (한지운, 1.2기 회장)
Q7. 현재 3기 활동을 이어가고 계시는데, 1기와 2기 활동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새롭게 중점을 두신 부분이나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학회 운영과 활동 방식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이전 기수에는 없었던 문학 번역을 TF 프로젝트의 장르로 추가하고, 기술 번역에서 다루는 하위 장르를 월마다 변경하며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특히나 문학 번역의 경우 작년 학회 활동을 하면서 제가 3기 회장이 되면 꼭 추가해 보고 싶었던 장르였고, 해당 TF 프로젝트를 진행한 팀이 매우 높은 퀄리티의 번역을 해서 개인적으로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임예나, 3기 회장)
Q8. 남은 3기 활동과 앞으로 이어질 번뇌 활동에 대한 다짐이나 각오를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번뇌 1, 2기가 작년에 학부 내에서 큰 관심을 얻었기에 이 관심 속에서 학회를 이끌어 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진 않지만 재밌게 제대로 하자는 제 마음가짐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5월 오프라인 모임과 6월에 있을 번역인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는데, 나태해지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다해 4기 활동의 본보기로 남을 수 있는 번뇌 3기가 될 수 있게 하겠습니다. (임예나, 3기 회장)
번역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영어를 다루는 이들이 모여 만든 번역의 장, ‘번뇌’.
‘번뇌’는 번역을 꿈꾸는 이들에게 단순한 모임이 아닌, 실력을 키우고, 경험을 쌓고, 스스로를 증명해 나가는 출발점이다. 한지운 회장과 임예나 회장을 포함한 간부진의 끝없는 고민이, ‘번뇌’만의 지속적인 도전이, 학회원의 번역에 대한 열정이 더 많은 학생에게 의미 있는 경험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웹진 기자 : 정세영(영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