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엔 미국으로 떠납니다!”…자연과 하나되는 동굴탐험연구회
동굴은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의 주거지 또는 피난지·수도장(修道場)·저장고, 그리고 군사 작전지나 농작물 재배지 등으로 이용돼왔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바위굴’을 의미하는 만큼 종류도 다양하다. 과학 시간에 동굴 천장에 고드름처럼 달린 탄산칼슘 덩어리를 ‘종유석’이라고 하는 것 정도는 과학 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오늘날에는 동굴이 학자 외에도 누구나 탐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여겨진다. 흔히 케이빙 스포츠(caving sports)란 말이 통용되듯 동굴은 하나의 운동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우리대학에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동굴을 직접 탐험하고 기술을 익히는 동아리가 있다. 올해 창립 53주년을 맞은 동굴탐험연구회를 이끄는 회장 서태석(식품생명공학 19) 학우와 장동연(전기전자공학 22) 학우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2023 동계 월둔동굴
Q1. 안녕하세요! 동굴탐험연구회 동아리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서태석: 동굴탐험연구회는 국내외 다양한 동굴들을 탐사하는 탐험동아리입니다. 연 4회의 정기 탐험을 떠나며, 동굴까지 운행하는 것부터 ▲야영 위치 선정 ▲취사 ▲동굴 입구 수색 ▲동굴 탐사 ▲복귀 과정을 부원들끼리 계획하고 실행하는 동아리입니다. ‘동굴탐험’이라는 흔치 않은 활동을 하는 만큼 평소 부원들과 동굴 탐사를 위한 장비 사용법, 매듭법, 암벽 등반 등을 훈련합니다. 또한 동굴탐험 외에도 래프팅, 등산, 스키캠프 등 다양한 활동으로 친목을 다집니다. 올해 창립 53주년을 맞은 역사 깊은 동아리로서 재학생들로 구성된 재학부, 재학부를 도와 기술을 전수해주시는 OB 선배님들이 있습니다.
▲ (좌) 2023 신입생 SRT 훈련, (우) 2022 신입생 암벽훈련
Q2. 동아리 운영 방식은 어떻게 되나요?
서태석: 동굴탐험이라는 스포츠가 일반적으로 접하기 어렵고 신입 부원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기에 암벽훈련을 진행하거나 매듭법 장비 사용법 등 이론교육을 진행합니다. 이후 신입 부원의 동굴탐험 기술 습득 정도에 따라 동굴 난이도·수를 조절하고 추가 훈련을 계획합니다. 저희는 탐험을 기획할 때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모든 부원이 자기 몫을 할 수 있도록 서로 돕고 함께 훈련합니다.
Q2-1. 동아리 임원진은 어떻게 구성되나요?
서태석: 대장과 부대장 장동연 학우(전기전자공학)를 비롯해 탐험비 및 예산 관리하는 총무 김도은 학우(통계)가 있습니다. 또한 탐험마다 장비, 취사, 운행 담당으로 조를 나누고 각 조의 조장을 선정해 탐험을 구성합니다.
Q3. 계절별 정기 활동이 있는데, 분기별 탐험 시 특징이나 차이점이 있을까요?
서태석: 먼저 춘계는 비교적 쉽고 안전한 동굴로 떠나며, 2박 3일의 일정상 한 곳의 동굴만 탐험합니다. 신입 부원들에게는 입부 후 배운 동굴탐험 기술을 활용해보고 본인이 동굴탐험을 계속 진행할 수 있을지(폐쇄공포증, 고소공포증, 천식 여부 등) 확인하는 기회입니다. 또한 신입 부원들과 기존 부원들이 탐험을 함께하며 더 가까워지고 동굴탐험이라는 특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됩니다.
하계는 2주간 진행됩니다. 장기간 떠나 많은 동굴을 탐사하는 만큼 탐험 능력이 가장 많이 향상되는 시기입니다. 무더운 날씨라는 애로사항이 있지만 동굴 내부는 연중 기온이 일정하기에 동굴 내에서 입을 바람막이나 두꺼운 외투를 챙겨가기도 합니다. 추계 탐험은 부원들의 탐험 실력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는 시기입니다. 날씨도 좋아 부원들끼리 2박 3일 캠핑가듯 비교적 가볍게 떠날 수 있는 탐험입니다.
▲ 2022 동계탐험 서대굴
동계탐험은 주로 강원도 지역에서 진행되기에 추운 날씨에 보온대책 마련과 체력 안배에 가장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 탐험입니다. 또한 동계탐험은 한 해의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기간이기도 하니 1년 동안 동굴탐험연구회에 적응하며 2학년이 될 준비를 마친 신입 부원들에게 동굴부뱃지를 수여하는 뱃지 수여식을 진행합니다.
Q4. 관광동굴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동굴을 탐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서태석: 동굴탐험연구회는 탐험동아리로서 동굴탐험 계획 수립, 동굴 입구 수색, 안전 장비 활용 및 확보물 설치, 나아가 초기 탐험 이후의 조사와 측량까지의 과정을 진행합니다. 새로운 장소를 개척하는 탐험 정신이 탐험동아리의 기본 정신이므로 상기된 과정을 통해 탐험 대원들의 탐험 능력을 향상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미 완탐 후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관광동굴보다는 탐험 기술을 연마할 수 있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미개봉 동굴을 선호합니다.
Q4-1. 자연 동굴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서태석: 일반적인 관광동굴에 비해 입구가 좁고 잘 보이지 않는 편이며, 지형이 복잡합니다. 사람의 손길이 잘 닿지 않다 보니 관광동굴보다 동굴생성물들이 잘 보존되어있는 편이기 때문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 잘 느낄 수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동굴노래기, 동굴옆새우, 박쥐, 도롱뇽 등 동굴생물들 또한 더 쉽게 관찰됩니다.
▲ 2022 동계탐험 월둔동굴
5. 동굴 선정 방식 및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서태석: 동아리의 선배님께서 작성하신 탐험보고서나 동굴협회의 자료를 참고하여 선정합니다. 대원들의 탐험 실력 및 인원수, 그리고 각 동굴의 지형적인 특징과 난이도를 고려하여 정합니다. 탐험 기간이 길고 여러 개의 동굴을 탐사하는 하계와 춘계의 경우에는 각 동굴 사이의 거리 및 접근성을 고려하여 동굴들이 밀집돼있는 지역으로 탐험을 계획합니다.
Q6. 가장 기억에 남는 동굴탐험 에피소드가 있나요?
서태석: 한 동굴을 탐사했을 때입니다. 동굴의 근처에 가자마자 안개 낀 음산한 분위기가 났습니다. 선배들은 이러한 분위기가 익숙한 듯 본인들이 맡은 역할에 따라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몇 분 뒤, 한 선배가 동굴의 사연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이 동굴에서 귀신을 본 사람이 여럿 있었으며 그 귀신이 후배들에게 달라붙지 못하게 선배들이 노력해 지금은 귀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동굴은 더 춥고 어둡게 느껴졌습니다. 괜히 헛것이 보이는 것 같고 뒤에 누군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괜한 긴장감 속에 탐험을 진행했습니다. 탐험 후 선배에게 “진짜로 귀신이 나타나는 동굴이냐”고 물어봤습니다. 선배는 그런 거짓말을 믿냐고 다 지어낸 이야기라며, 그 동굴은 다른 동굴이라고 하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고, 저는 그제야 안심했습니다. 그렇게 잊고 지내던 중 어느 날 인터넷에 동굴탐험연구회를 검색하다 보니 ‘구덩산 수직굴 괴담’이라는 제목으로 제가 들은 이야기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해당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 동굴탐험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Q7. 2024년 하계 미국횡단 여행 기획 계기와 현황을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서태석: 미국횡단은 동굴탐험연구회가 1990년부터 무려 30년을 이어온 활동입니다. 이에 북미대륙횡단은 동굴탐험연구회의 정신이 담겨있는, 준비만으로도 뜻깊은 활동입니다. 대학 시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과감히 낯선 해외로 도전했던 선배님들의 열정과 용기를 본받아 제2024년 제5차 동굴탐험연구회 미국 원정 탐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방문과 미 남부지역 동굴탐험을 논의하고 있는데, 미국횡단 원정 계획서 및 보고서를 참고해 세부 계획 수립에 있습니다. 미국에 계신 선배님들도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신 상황이라 매우 기대가 됩니다.
▲ 2022 하계탐험 중 안산안굴에서 만난 박쥐
Q8. 동굴탐험연구회에 들어오고 싶거나 지원을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해 한마디 해주세요!
서태석: 동굴은 만들어지는 데 수천 년에서 수억 년이 소요되는 지구 역사의 일부입니다. 지구가 오랫동안 품어온 동굴을 탐험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값진 경험 중 하나가 아닐까요? 미지의 세계를 함께 탐험하고 싶다면 동굴탐험연구회로 오세요! 동굴탐험연구회는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장동연: 동굴탐험이라는 것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름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디서도 하지 못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체력이 좋지 않다고 생각돼도 절대 동아리 활동에 뒤처지지 않을 겁니다. 저 또한 체력이 굉장히 약한 편입니다. 하지만 끈기만 있다면 누구나 동아리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동굴이라는 이름에 흥미를 느꼈다면, 저희 동아리에 들어오셔서 동굴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
웹진기자 박세원(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