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동국대학교는 복권 당첨”
▲동국가족상 수상자 이연환(물리학76) 박상신(화학과79) 동문 부부
동국대 학생이라면 ‘자아와 명상’ 혹은 교양과목에서 ‘연기’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연기’는 만물의 인과관계와 상호의존성을 강조한다. “내가 있어 여러분이 있고, 여러분이 있어 내가 있습니다”라는 동국대학교 전 이사장 자광스님의 말씀은 이런 연기법을 잘 표현한 말이다. ‘연기법’에 관한 이야기로 글이 시작된 이유가 궁금한 독자도 있을 것이다. 연기법, 인연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는 이번에 만난 동문부부의 인터뷰가 ‘인연’의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남산에서 맺어진 소중한 인연이 40년 넘게 이어진 가족이 있다. 지난 5월4일 열린 개교 제115주년 기념식에서 동국가족상을 수상한 이연환(물리학 76), 박상신(화학 79) 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두 자녀와 조카, 매형까지 총6명의 가족이 동문인 동국가족이다. 두 분은 현재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에서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동국대에서 만나 부부의 인연을 맺고 두 자녀까지 동문으로 키운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1. 자랑스러운 동국 가족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자랑스러운 동국가족상을 수상한 소감 부탁드립니다.
“동국가족상 수상을 계기로 동국대학교에서의 지난 일을 더듬어 봤습니다. 동국은 저에게는 상당히 많은 기회와 행운을 주었습니다. 좋은 은사님한테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와 자랑스러운 후배들을 지도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게 참 영광스러운 일인 것 같습니다. 더불어 이렇게 좋은 상까지 받았으니까 더욱 동국대에 감사합니다. 저에게 동국대학교를 선택한 것이 제 인생에서 가장 최고의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동국가족상 수상이 더욱 감사하고 동국이 저에게 많은 기회와 행운을 주었듯이 앞으로 후배들에게도 많은 기회와 행운을 주는 동국이 되길 항상 바라겠습니다.” (이연환 동문)
“저희에게 동국은 ‘복권’입니다. 동국대학교를 졸업한 뒤, 교수가 되어 직업도 얻고, 동국에서 우리 가족의 인연도 맺었으니까요. 우리 대학에서 좋은 교육을 받아서 우리 가족이 이렇게 동국가족상도 받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불교를 만난 인연으로 동국대학교에서 부처님 곁에서 살 수 있어서 너무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의 이 기쁨을 은사님, 제자들, 학교의 선후배, 동료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박상신 동문)
Q2. 동국대학교를 선택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친정어머니께서 불심이 굉장히 깊은 불교 신자셨어요. 어렸을 때부터 늘 어머니께서 아침마다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보고 자라왔어요. 그래서 대학을 들어올 때, 제가 동국대학교를 선택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꼭 동국대학교에 들어오고 싶어서 입학시험을 보는 날 정각원에 가서 108배를 하고 시험을 봤답니다. 꼭 붙여달라고. 이런 과정을 겪고 동국대학교에 입학하였는데 이렇게 동국대학교와 깊은 인연을 평생 동안 갖게 될 줄은 저도 예상하지 못했어요. 아까도 얘기했다시피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행운이고 그 당시 저의 선택에 후회 없습니다.“(박상신 동문)
Q3. 동국대학교에서 부부의 연을 맺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두 분의 추억을 비롯하여 동국대학교에서 추억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대학생 시절에는 공부하느라 바빠서 서로의 존재만 알뿐 이성적인 관계로 발전하지는 않았어요. 후에 운명적으로 경주캠퍼스에서 교수로 만나 배우자의 인연을 맺을 수 있었죠. 나중에 얘기하다가 신기했던 추억이 있다면, 과학관 바로 옆 방에서 밤샘 실험을 하다 우연히 만난 적이 있어요. 그 당시에는 한 층의 실험실을 화학과와 물리학과가 나눠서 사용했거든요. 제가 밤을 새며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실험실 방에 전기가 나가서 옆 방에 계신 분께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어요. 그분이 아니었다면 저는 막차도 끊겨서 집도 못가고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못 할 뻔 했는데 그분의 도움으로 무사히 실험을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알고 보니까 그 당시 전기를 고쳐주신 분이 지금 저희 남편이더라고요. 그때 너무 감사해했던 기억이 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때부터 부부로 만날 인연이 있었던 것 같아요.” (박상신 동문)
Q4. 자녀분들의 대학생활 이야기를 들으셨을 때, 선배님의 동국대학교 생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느끼신 적 있으신가요? 있으시다면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끼셨나요?
“제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대학 진학률이 이렇게까지 높지는 않았어요. 공부를 하려는 의지가 있는 친구들만 대학을 가서 알아서 공부해야 하는 시스템이었거든요.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예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대학교의 시스템과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있는 것 같아요. 저희 아이들만 봐도 수업이 끝나고 나면 비교과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을 쌓느라 바빠요. 또한, 혜택도 그만큼 많은 것 같아요. 저의 대학시절과는 달리 요즘 학생들은 본인만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교과와 비교과를 넘나들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대학교에 구비가 되어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희는 결혼하기 직전까지 학교 내에서 우리의 사생활을 누군가가 아는 걸 별로 선호하지 않았어요. 요즘 학생들은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과정에 굉장히 개방적이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참 좋기도 하고 우리와는 세대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어요. 동국대학교만의 차이점이기 보다는 아이들과 세대 차이를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박상신 동문)
Q5. 동국대학교의 후배들과 제자들에게 동국인으로서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후배들을 위해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자랑스러운 동국 가족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동국과 40년을 함께 살아간 입장에서 어떤 말을 전해주는 것이 우리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까 참 많이 고민했어요. 우리 동국대학교가 종립 대학교인 만큼 부처님 말씀과 연관이 있는 말이 후배들에게 가장 의미 있을 것 같아요. 소설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 이 순간을 즐겨라’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어요. 저희가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요즘에는 1학년 때부터 우울감에 빠져있는 학생들이 많더라고요. 누군가랑 사귀는 걸 힘들어하는 친구들, 걱정이 지나치게 많은 학생들도 많고요. 이런 학생들을 보며 느끼는 게 많아요. 동국대학교에서 40년간 있으면서 늘 부처님 말씀을 가깝게 하게 되는데, 우리 부처님께서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너무 지나치게 걱정하지 마라’,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해라’,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해주세요. 이 말이 서양에서 말하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과 비슷한 것 같아요. 미래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학생들이 경쟁의식이 강하고 서로가 어울릴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부족해서 경쟁이 더욱 과열되는 것 같아요. 공부에만 너무 몰두해서 지치지 말고 이 순간 자체를 즐기면서 현재가 행복한 후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상신 동문)
짧지만 강렬한 인터뷰를 마쳤다. 동국대학교와의 인연을 복권 당첨에 비유한 부부의 말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고, 앞으로 태어날 손자손녀까지 동국인이 될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하루하루 수많은 인연을 만들고 있을 우리 모두, 작은 인연 하나하나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가야겠다.
웹진기자 이유진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