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던주립대학교(NSU) 교환 일기 CHAPTER 6. 미국의 Spring Break에 떠난 New York
미국의 Spring Break는 대학마다 시점이 조금씩 달랐다. 노던주립대학교의 Spring Break는 3월 7일부터 15일까지였다. 봄방학 동안엔 학교의 모든 업무가 중단되는 만큼, 추가 비용을 내고 기숙사에 머물 수 있었지만 나는 여행을 하기로 했다. 어디로 떠날지 고민하다가 ‘뉴욕’을 선택했다. 자유 여행을 해보고 싶은 도시 중 하나였고 무엇보다 대중교통이 잘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행선지가 같은 친구들을 모아 함께 숙소를 잡았다. 중간고사를 마치자마자 떠나는 여행이었기에 틈틈이 모여 일정을 정리했다. 하지만, 봄방학이 가까워질수록 평온할 줄 알았던 미국에도 ‘코로나 19’의 그늘이 서서히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확진자가 매우 소수였기에 마케팅 교수님도 ‘봄방학 잘 보내고 와! 모두 코로나로부터 안전하길 바랄게!’와 같은 작별 인사를 가볍게 건넸다. 나또한 그 순간엔 교수님과 직접 얼굴을 보며 나눌 수 있는 마지막 인사일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 뉴욕의 상징, 자유의 여신상
▲브루클린으로 넘어온 뒤 덤보에서
노던주립대학교는 South Dakota의 Aberdeen에 위치하여 뉴욕으로 가려면 비행기를 2번 경유해야 했다. 아침 일찍 Minneapolis를 떠나 도착한 뉴욕은 어두웠다. 간만에 마주하는 고층 빌딩들의 화려한 야경을 보니 설렜다. 뉴욕 맨해튼 쪽의 넓은 숙소는 가격이 비쌌기에 우리는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뉴저지에서 묵기로 했다. 뉴욕의 중심가로 가려면 30-40분가량 지하철을 타고 나가야해서 조금 귀찮긴 했지만, 뉴저지가 뉴욕에 비해 여유롭고 물가가 저렴해서 만족스러웠다. 여행의 매순간이 소중했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었다.
14초 만에 물을 구매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무인매장, Amazon Go를 경험하다
한국과 미국의 ‘소비자 행동론’에서 공통으로 배운 내용 중 하나는 ‘Amazon Go’였다. ‘Amazon Go’는 세계 최초의 무인매장으로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Amazon이 운영하는 곳이다. 인공지능, 머신러닝, 컴퓨터 비전 등의 첨단 기술이 활용된 덕분에 별도의 계산대를 거치지 않고 물건만 집어서 나오면 스마트폰 앱으로 자동으로 결제되었다.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관련 영상을 보여주실 때 믿기질 않았다. SF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일 줄 알았기 때문이다.
▲QR코드를 인식하면 계산대가 필요 없는 무인매장 Amazon Go
▲원하는 물건을 들고 나가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Amazon Go
그래서 뉴욕 여행을 가기로 정했을 때부터 구글 지도에 ‘Amazon Go’ 매장들을 저장해두었다. 나는 록펠러 센터에 들렀다가 우연히 ‘Amazon Go’를 방문했다. 휴대폰에 미리 설치해둔 ‘Amazon Go’ 앱을 켜고 QR코드를 인식한 뒤, 떨리는 마음으로 매장을 들어갔다. 편의점처럼 각종 샐러드와 샌드위치, 빵, 과자 등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고 있었다. 2018년부터 대중에게 공개되었던 만큼, 실제 미국인들도 이 매장에 친숙한 사람들과 어떻게 이용하는지 어색해하는 사람들이 공존했다. 나는 영상에서 봤던 것처럼 일부러 구매할 생각이 없는 제품을 들었다가 내려두기도 했다. 내 행동을 정말 인식할 수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먹고 싶었던 쿠키를 사서 나왔다. 매장을 나오자 내가 Amazon Go 앱에 머물렀던 시간과 쿠키값만 결제된 영수증이 나타났다.
Amazon GO의 진가를 느낀 건 다음 날이었다. 예약해둔 공연을 보려면 시간이 매우 빠듯했다. 하지만 목이 말랐기에 물을 꼭 사고 싶었다. 그때, Amazon Go를 방문했다. 전날 방문했기에 익숙한 위치에서 물만 골라서 매장을 빠져나왔다. 나중에 영수증을 보니 14초 만에 물을 구매한 기록이 남아 있었다. 보통의 편의점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이 모든 게 천장에 달린 수많은 카메라와 블랙박스 센서(Just walk out technology)들이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선택했는지 자동 감지한 덕분이라는 게 놀라웠다. 아직까진 인공지능의 판독에 한계가 있어서 매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인원수는 50~60명으로 제한되어 있고, 매장 수도 많지 않지만 앞으로 상용화되었을 때 우리 사회에 끼칠 영향이 궁금해졌다.
세계 5대 도서관의 명성다운 뉴욕 공립 도서관
▲흰 대리석으로 둘러싸인 뉴욕 공립 도서관
▲뉴욕 공립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사람들
뉴욕 공립 도서관은 세계 5대 도서관 중 하나인 만큼, 꼭 방문해보고 싶었다. 도서관은 브라이언트 파크 내에 있었는데 아쉽게도 공원은 한창 공사 중이었다. 간단한 가방 검사를 받은 뒤 입장한 도서관은 영화〈해리포터〉의 호그와트처럼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대리석 계단과 샹들리에를 따라 걷다 보면 책장엔 수많은 장서가 빼곡히 차 있었다. 곳곳에 걸린 엔틱한 그림들과 어우러져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사람들은 널찍한 나무 책상에 앉아 회의나 공부를 하고 책을 읽었다. 그들에겐 일상 그 자체였다. 나도 이런 도서관이 곁에 있다면 저절로 공부할 맛도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잠시 책을 펼쳐보기도 했다. 하지만 자꾸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구경을 하게 되었다.
문화의 도시 뉴욕에서 마주한 예술 작품들
평소 여행을 가면 빼놓지 않는 코스 중 하나가 ‘미술관’이었다. 미술관에 가면 그 나라 예술가들의 고민과 철학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뉴욕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도 미술관이었다. 구겐하임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MOMA(뉴욕 현대미술관)를 방문하려고 했다.
▲City-Countryside에 관한 기획 전시 중인 구겐하임 미술관
미술관 중에서도 구겐하임 미술관은 관람객의 편안한 동선에 최적화된 건축물답게 피로감이 적었다. 나선형 경사를 천천히 오르면서 벽에 전시된 작품들을 관람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기획 전시 주제는 City-Countryside (도시-시골)이었다. 인구가 점점 도시로 집중되는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라는 점과 도시에 대한 환상과 현실을 다양하게 조명하고 있었다. 마침 시골에 가까운 소도시 Aberdeen에서 대도시 New York으로 떠난 여행이었기에 전시 주제가 더욱 와닿았다. 소장품 중엔 동국대학교의 〈서양현대미술의 이해〉에서 배웠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호안 미로, 샤갈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박서보 화백 작품도 있어 인상적이었다. 휘트니 미술관의 라틴 아메리카 예술가들의 작품,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200만 점이 넘는 방대한 작품들을 둘러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뉴욕의 코로나 19
마지막 미술관 일정은 MOMA였다. 하지만, 그 무렵 뉴욕 전역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숙소에 돌아와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실내 장소는 무조건 문을 닫아야 한다고 했다. 결국 예약해둔 브로드웨이 뮤지컬 공연은 잠정 중단되었고 미술관과 소호의 인기 있는 가게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행 초반엔 마스크를 쓴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차가운 눈총을 받거나 비난을 듣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여행 후반부가 되자, 이들도 위험성을 인지했는지 거리에 마스크를 쓰거나 스카프를 코까지 두른 사람들이 더 자주 눈에 띄었다. 나와 친구들도 마스크를 쓰고 비누와 손 세정제로 청결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이윽고, 봄방학 기간이 아닌 미국의 대학들은 남은 수업을 전부 온라인으로 전환하겠다는 소식이 들렸다. 우리도 노던주립대 측의 입장을 기다렸다. 우선 봄방학을 일주일 연장하고 그 후엔 잠시 온라인 강의로 전환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공항의 분위기도 사뭇 달라져 있었다. 여행을 떠날 때만 해도, 마스크를 쓴 나와 친구들이 특이한 경우였다. 하지만 공항 자체에 사람이 적었고 마스크와 고글로 무장한 사람들도 보였다. 우리는 만약 남은 학기가 모두 온라인 강의로 전환된다면, 한국으로 조기 귀국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며 Aberdeen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웹진 기자 오수진 (국어국문.문예창작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