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해 저항하고 질문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
작품 ‘초콜릿 붓다’ 작가 서린(김민지) 인터뷰
3월 30일부터 4월 2일까지 열린 서울 국제 불교박람회(및 붓다아트페어)에서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작품 ‘초콜릿 붓다’가 화제가 되었다. 노란색, 민트색 등 형형색색의 초콜릿으로 높이 12cm, 250g 크기로 불상을 조성해 선보였다. 작품 ‘초콜릿 붓다’의 작가는 동국대학교 불교미술학과 졸업 동문 서린(활동명, 본명 김민지) 작가로, 2023 불교 미술협회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다. 또한, 오는 5월 17일부터 22일까지 삼청동 선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진행한다. 작가 서린(김민지) 학우를 만나 이번 작품과 작가로서의 이야기 들어보았다.
▲ 작가 서린(김민지) (불교미술·12)
Q1. 안녕하세요. 작가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동국대 불교미술학과 12학번 졸업생 서린(김민지)입니다. 휴학을 3년 꽉 채웠기 때문에 2019년에 졸업을 했는데, 그것도 벌써 4년 전의 일이더라고요. 그래도 7년 동안 동국대학교의 학생으로 지내며 20대 대부분의 희로애락을 함께 하니 이렇게 인터뷰 요청이 온 것이 정말 반가웠고 신기했습니다.
Q2. ‘초콜릿 붓다’ 작품 소개와 만드시게 된 계기 말씀해주세요.
초콜릿 붓다는 초콜릿으로 만든 부처님을 녹이거나 깨뜨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작업이에요. 초콜릿 붓다를 초콜릿으로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달콤하고 맛있는 작업이지만 부처님으로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신성모독처럼 보일 수 있는 작업이죠. 하나의 사실은 존재하지 않고 그저 우리가 보고자 하는 대로 보일 뿐인 거 같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살았어요. 그러나 좋은 사람에 대한 기준은 사람과 상황마다 달랐고 같은 행동 안에서도 그 기준이 무수히 나눠지는 것을 바라볼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도덕과 관습, 사회규범에 대한 수많은 의문이 생겼고 그로부터 저항하고 탈출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게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저의 삶과 인간관계 속에서 그 저항 의식을 발현할 용기가 부족했고, 설사 그것이 발현되더라도 저만 어려운 상황이 될 뿐이었다 보니 거기서 온 결핍을 작품을 통해 해소하게 되었어요. 초콜릿 붓다는 그러한 결핍과 욕구가 훤히 반영된 작업이에요. 처음엔 단순히 재밌겠다. 불교 철학을 함축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작업이 되겠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 등의 몇 가지 생각에서 출발했지만, 이러한 작업을 창작하고자 한 심리 기제는 세상을 향해 저항하고 질문하고 싶은 마음으로부터 온 것이에요.
▲ 작품 ‘초콜릿 붓다’
Q3. 작가로 활동하기까지의 준비과정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저는 우연히 작가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보니 작가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한 것은 따로 없었는데요. 현재와 같은 작업을 하기까지 도움이 된 것이 있다면, 졸업 후 백수로 지내던 시절에 3D 펜과 3D 모델링을 익혔던 거예요. 처음엔 길어지는 백수 생활로 우울함을 달래려고 시작했던 것인데 점점 잘하게 되니 이것으로 1인 창업을 해보자 싶더라고요. 그래서 약 2년 동안 반려동물 피규어를 제작 판매하는 일을 했었어요. 학부생 때는 대부분 불화를 그렸고 입체작업은 거의 하지 않았는데, 이때 입체작업에 대한 숙련도를 쌓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저의 첫 작품인 ‘어머니, 저는 잘 살고 있습니다’를 3D 펜으로 제작하게 되었어요.
▲ 작품인 ‘어머니, 저는 잘 살고 있습니다’ 사진과 제작 모습’
Q4. 작가 준비와 관련해서 학교에서 받은 도움이 있나요?
우연히 데뷔하게 된 계기가 학교와 조금 관련이 있는데요. 한참 열심히 1인 창업을 하던 때에, 대학 시절 실기수업 강사로 계시던 선생님께서 한국불교 미술 협회의 회장이 되시면서 단체전에 함께 참여하면 좋겠다며 입회를 권유하셨어요. 반려동물 피규어를 만드는 일은 창작자보다는 기술자에 가까웠다 보니 창작에 대한 메마름이 있었던 저는 그렇게 작가로서 첫 전시를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것이 작가 활동에 대해 불을 지피는 시작점이 되었어요. 혼자 해야 했다면 마음이 있어도 전시를 하기는 어려웠을 거예요. 박경귀 선생님 감사합니다.
Q5. 활동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제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의 불교미술학과는 미대에서 유일하게 전공수업에 창작 수업이 없는 학과였어요. (지금은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일반적인 미대 학부생이 자신만의 고유한 창작물을 어떠한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소통하는지 알지 못했고, 그림을 그리는 기술은 있었지만 내 작업에 대한 세계관을 만들진 못했어요. (이것은 다른 미술학과와 목적이 달랐기 때문에 당연한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뒤늦게 작품 활동을 시작했는데, 조언해 줄 사람도 마땅치 않았고, 경제활동도 마다하면서 내가 이래도 되는 건지 내가 잘하는 건지 확신이 들지 않는 게 너무 불안했어요.
극복 방법은 국립현대미술관 유튜브에 올라오는 작가와의 대화를 보면서 작가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어떠한 철학을 갖고 작업을 하는지 많이 배웠어요. 그러다 보니 어떤 날은 제가 갖고 있던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기도 했고 다양한 재료와 새로운 방식에 대한 접근도 생각해 볼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불안한 마음에 대해서는 이것이 창작활동의 좋은 소스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스스로에 대한 고찰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불안한 마음이 스스로에 대한 이해로 바뀌더라고요.
Q6.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5월 17일~22일까지 삼청동 선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하게 되었어요. 이제 한 달 남았는데 초콜릿 붓다 이후로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준비하고 있답니다. 이날은 불교 박람회 때보다 조금 더 발전한 형태로 전시가 진행될 예정이라 동국대 후배들도 많이 놀러 오셨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동국대학교 캠퍼스에서도 퍼포먼스를 한번 진행해 볼까 해요.
Q7. 작가를 꿈꾸는 동국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작가란,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면모는 꼭 예술 활동을 통해서가 아니라 경영이나 마케팅을 통해서도 IT나 물리학을 통해서도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 역시 넓은 의미의 예술이 된다고 생각해요. 많은 분이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작가의 꿈을 쉽게 꾸지 못하는 게 현실인데요. 저처럼 직접적인 예술 활동으로 작가를 꿈꾸지 못한다면 자신의 분야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작가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그렇게 되면 정말 창의적인 세상이 될 것 같아요 :)
웹진기자 유은지(행정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