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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붓다, 웰컴 니르바나”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인간의 가장 ‘인간적인’ 죽음

등록일 2022.03.07. 작성자 관리자 조회 1940

“굿바이 붓다, 웰컴 니르바나”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인간의 가장 ‘인간적인’ 죽음

출간된지 10여 년이 넘은 소설을 다시 주목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로병사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기에,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은 누구나 늙고 병들고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지만 그 모습은 참으로 다양하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바이러스에 침범당한 인간 세상은 말 그대로 ‘올 스톱’이 되어버렸고, 그 속에서 2년여의 시간을 버티며 우리는 인간의 나약함, 이기심이 가져온 인류의 불행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중이다. 무방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고통, 그리고 내 삶과 멀지 않은 ‘죽음’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에 의지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우리에게 부처님은 어떤 해답을 주실까?

1. 모든 현상은 소멸해 간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

〈굿바이 붓다〉는 법정스님의 재가 제자인 정찬주 작가가 2011년 출간한 소설 〈니르바나의 미소〉를 새롭게 디자인하여 재출간한 책이다. 더불어 정찬주 작가의 여러 책에 삽화를 그리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정윤경씨의 그림을 더하여 글이 전하지 못하는 부분을 풍성하게 채워 넣었다.

책은 부처님께서 웨살리에서 비구들을 모아놓고 자신의 열반을 선언한 이후 꾸쉬나가라 변두리에 있는 살라나무 숲속에서 입적하기까지 제자 아난다와 주고받은 석 달 동안의 이야기를 내용으로 그리고 있다. ‘부처님 마지막 가신 길’에 함께한 아난다의 모습은 바로 우리들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진리를 깨달아 완전한 존재가 된 부처님이 왜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병들어 죽지 않으면 안되는가’라는 의문을 갖는다. 그런 아난다에게 아니, 우리들에게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모든 현상은 소멸해 간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

정찬주 작가가 이 소설을 쓰는데 계기가 되어준 〈대반열반경〉의 중심 사상은 ‘여래상주 무유변이(如來常住 無有變易)’로 표현되는 여래장(如來藏) 사상이다. ‘여래는 늘 머물고 계시니, 변함이 없다’. 부처님 육신의 죽음이기에 ‘굿바이’라고 하지만, 번뇌를 완벽히 제거하고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음(不二)을 깨달은 자의 떠남은 슬픔이 아니라 기쁨이기에 부제를 ‘부처님 마지막 가신길 – 웰컴 니르바나’라 하였다.

▲ 동국대학교 출판문화원에서 새롭게 펴낸 ‘굿바이 붓다’

2. 부처님 열반과 관련한 다양한 일화와 정서 “열반은 죽음인가 영원인가”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아이가 된다. 죽음을 겁내고 죽기 싫어 칭얼거린다. 신체도 어릴 때처럼 쪼그라든다. 살아서 무슨 일을 했든 의미가 없고 권력도 소용이 없다. 초라한 말로를 비웃던 이들도 머지않아 그렇게 된다. 죽음을 마주한 삶은 이토록 무지하고 무력하다. 그렇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사람의 죽음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굿바이 붓다〉는 부처님의 열반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이다. 제자들에게 자신의 죽음을 미리 예언하고, 어느 도시 변두리에 있는 숲에서 조용히 죽음을 준비하던 3개월의 시간에 상상력을 섞었다. 정작 죽음을 맞는 본인은 감정과 회한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소설은 평생을 곁에서 모신 아난다의 눈으로 부처님의 임종을 보여주고 해석한다.

부처님의 죽음을 ‘열반(涅槃)’으로 높여 부르는 이유는 지고한 초월성 때문이다. 원어 ‘Nirvana(니르바나)'는 불이 다 꺼져 재만 남은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본디 생물학적 사망만이 아니라 번뇌를 완벽하게 제거한 인간을 위한 찬사다. 삶을 붙잡으려는 욕심에서 해탈한 부처님은 죽음을 피하고 싶은 욕심으로부터도 완전히 자유롭다. 외려 주변사람들만 난리다.
부처님을 따르던 다수의 사람들은 부처님에게 삶 전체를 기댄 사람들이다. 그만큼 절대적 존재와 영영 이별해야 한다는 소식에 다들 오열하고 무서워한다. 그래도 부처님처럼 정각(正覺)을 이룬 아랫사람들은 짐짓 태연하다. 마하까사빠, 사리뿟다, 목갈라나 등 죽음이 슬픔이 아니라 소멸임을 믿는 그들의 표정은 잿빛이다.
반면 부처님이 열반하고 한참 뒤에야 깨달은 아난다의 심리적 충격과 방황은 총천연색으로 어지럽다. 어미 잃은 코흘리개가 연상되기도 한다. 다만 그 애도의 진정성이 너무 뜨거워서 함부로 비웃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부처님 걱정에 급히 걷다가 다쳐 발가락이 ‘두꺼비처럼’ 부어오르는 데도, 오직 스승의 안위만 생각하는 아난다의 모습은 과연 덜떨어진 것인가.

저자 정찬주 작가는 초인(超人)보다는 부처님의 인간다움에 우위를 두고 있다. 작가는 후기에서 “부처님은 아직 아라한이 되지 못한 비구들에게 정성을 더 쏟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통사람들에게도 연민의 정을 더 주고 있음이 보인다.”며 “이 소설을 쓴 나 역시 아난다처럼 아직 깨닫지 못한 사람으로서 부처님의 이와 같은 자비로운 모습에 크게 감동했고 무한한 존경심을 느꼈다”고 술회하고 있다. 끝내 인간을 변화시키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감화(感化)다.
궁극적으로 부처님 역시 누구보다 사람다운 사람이었기에 수천 년에 걸쳐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책이다. 고아 출신으로 몸을 파는 유녀(遊女) 암바빨리, 대장장이 쭌다, 장사꾼 뿍꾸사, 무지렁이 시골사람들, 이교도 등등 알고 보면 부처님의 불교는 전혀 불교적이지 않아 보이는 사람들에게 대부분 할애됐다. 몸이 ‘낡은 수레’처럼 움직이기조차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애정을 멈추지 않았다. 열반 바로 직전에는 입술을 겨우 달싹일 수 있는 기력으로 진리를 끈질기게 설했다. 진짜 사랑은 미련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굿바이 붓다〉의 원제(原題)는 ‘니르바나의 미소’였다. 부처님의 열반과 관련해 다양한 일화와 정서(情緖)들이 담겼다. 열반의 원인으로 새로운 주장이 제기된다. 으레 상한 돼지고기에 의한 식중독을 사인으로 보고 있으나, 저자는 독버섯이 죽였다고 말한다. 쭌다가 부처님을 흠모하는 마음에 최고급 버섯요리를 공양하려다가 엄청난 사달을 내고 말았다. 사랑은 감정이 아닌 지혜의 영역에 있다는 걸 일러주는 대목이다. ‘왕따’를 주제로 한 독특한 일화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부처님과 일가친척이라며 안하무인으로 굴던 마부(馬夫) 찬나를 두고, 부처님은 “찬나를 멀리하라”며 교단에 생애 마지막 명령을 내린다. 자신에게 벌을 내리고 떠났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찬나는 황망함에 혼절해버렸다. 최후의 훈시를 그가 어떻게 수용하고 극복해가는 지도 찬찬히 읽어보자.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등장인물들은 부처님의 죽음이란 파국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반응한다.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며 자신에게도 다가올 죽음을 밀어내거나 외면한다. 죽음이 두려워 울고 떠는 자들은 그와 동일한 크기로 삶이 좋아서 웃고 떠드는 자들이다. 한편으론 생명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만이 남의 생명도 정답게 끌어안을 수 있는 것은 아닐지. 깨달아서 목석(木石)이 될 것인가 깨닫지 못해서 인간성을 지킬 것인가. 소설에 묘사되는 부처님의 매우 ‘인간적인’ 죽음 앞에서, 더욱 결정이 망설여지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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