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이백과 도사공부
물소리 속 개 짖는 소리 (犬吠水聲中) / 빗기 머금은 복숭아꽃 더욱 붉다 (桃花帶雨濃) / 숲 깊어 가끔 사슴 보이고 (樹深時見鹿) / 골은 한낮인데 종소리 안 들려 (溪午不聞鐘) / 대숲은 푸른 하늘을 갈랐고 (野竹分靑靄) / 폭포는 저 높이 푸른 산에 걸려 있다 (飛泉掛碧峰) / 도사님 간 곳을 알지 못해 (無人知所去) / 시름겨워 기대네 이 소나무, 저 소나무에 (愁倚兩三松 )
이백이 어릴 적에 고향의 대천산 도사를 방문한 일(訪戴天山道士不遇)을 묘사한 시인데 전체 이미지가 단어 몇 개로 잘 전달되고 있다.
`개 짖는 소리`는 속세에서 선경(仙境)으로 들어가는 경계임을 암시하고 비 온 후의 복숭아꽃으로 무릉도원을 묘사하는 듯하다. 깊은 숲속임을 보이기 위해 사슴을 등장시키고 정오의 종소리가 안 들린다며 첩첩산중임을 한 번 더 강조한다. 푸른 하늘을 가르듯 대숲이 높이 솟았고, 저 멀리 푸른 봉우리에서 폭포수가 떨어진다.
도사가 살 만한 선경이다. 문제는 이백이 방문하는 도사님이 안 계신다. 그 당시 휴대폰이나 삐삐가 있을 리도 없고 찾을 길이 묘연하다. 오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완전히 하루를 공치게 된다. 답답해진다. 부모 돈을 받아 쓰고 있을 때의 행복한 시절이라 초월이라든지 비약, 응어리진 고독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산 넘고 물 건너 도사를 찾아가는 이백의 모습이 눈에 선하고,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도사를 기다리며 이 소나무 저 소나무에 기대며 푸념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왜 도사를 찾아갔을까? 이백의 부친은 상업으로 돈은 좀 벌었지만 신분이 낮았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똑똑한 아들을 관리로 키우려 한 것 같다. 다만 당시에 관리가 되는 길은 과거시험과 고관의 추천이었는데 둘 다 이백에게는 허용되지 않았다. 과거는 양반계층이 아니면 합격될 수 없었고 추천 방식은 문학적 재능을 봤겠지만 가문도 중요했다.
한편 당나라는 도교를 통치에 이용하고자 황궁의 자문위원으로 도사들을 모셨는데, 이백의 부친은 이 길을 택해 아들에게 도사 공부를 시켰다. 재능도 있고 여기저기 청탁한 결과 현종과 가까웠던 도사 오균의 추천으로 잠시 황궁에 근무할 수 있었다(다카시마 도시오, 이백 두보를 만나다 71쪽). 다만 정통 관료 코스가 아닌 도사로 입신했고 신분도 낮았던 이백은 주류 지식인 사회에서는 아웃사이더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출세욕과 현실의 한계로 번뇌했고 도교의 영향과 버무려져 탈속과 초월을 꿈꾸는 시를 많이 남긴 것 같다. 이 시는 이백이 어릴 적에 도사 공부를 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김상규 동국대 석좌교수(전 조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