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 인터뷰] 웹툰작가 박수현 동문, 아홉수의 성장통을 위로하다
네이버 웹툰에서 「아홉수 우리들」 연재
20대의 치열함 녹여낸 이야기로 공감 자아내
“나만의 고유함이 훗날 나의 길을 여는 자산이 될 것”
▲ 일러스트 : 김소현 기자(동대신문)
우리대학 서양화전공 09학번 박수현 동문. 그는 현재 ‘네이버 웹툰’에서 「아홉수 우리들」을 연재 중인 6년 차 웹툰 작가다. 이 작품은 스물아홉, 인생의 변곡점에 서 있는 청춘들의 고민과 성장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박 동문은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하며 의미 있는 깨달음을 얻길 바란다.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감동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그를 만나봤다.
Q. 안녕하세요, 박수현 작가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동국대학교 서양화전공 09학번 박수현입니다. 네이버 웹툰에서 ‘수박양’이라는 필명으로 「아홉수 우리들」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Q. 학창 시절 들었던 수업 중 웹툰 작가를 꿈꾸는 데 가장 도움이 됐던 강의는 무엇인가요?
웹툰 작가라는 꿈을 향한 과정에서 전공 수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양 강의를 들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됐어요. 동양철학, 불교, 영화영상 등 여러 분야의 수업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흥미를 탐색하고 시야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특히 문학 수업에서 했던 동화 창작 과제가 기억에 남아요.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 보면서 처음으로 창작의 즐거움을 온전히 느꼈고, 나아가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얼마나 흥미로운지 깨닫게 됐죠. 그 경험이 전환점이 돼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 나만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웹툰 작가의 꿈을 본격적으로 꾸기 시작했어요.
Q. 「아홉수 우리들」은 20대 후반에 마주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로 많은 청춘들의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 작가님의 경험과 감정이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주변 지인들의 성격이나 특징을 반영해 캐릭터를 구상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연재하면서 돌아보니, 결국 세 명의 ‘우리들’ 안에 제 모습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더라고요. 활기찬 성격의 ‘봉우리’는 평소의 제 모습과 닮았고, 공시생 ‘김우리’에는 4년 넘게 데뷔하지 못해 방황하던 과거의 제가 담겨 있어요. ‘차우리’는 힘든 순간에도 꿋꿋하게 연재를 이어가던 당시의 제 모습이 투영된 캐릭터죠. 결국 저의 경험과 감정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덕분에 독자분들도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된 것 같아요.
Q. 일러스트 제작부터 시놉시스 구성까지, 창작 과정 전반에서 영감을 얻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영감은 일상 곳곳에 숨어 있어요. 친구들의 패션에서 자연스레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길을 걸으며 마주치는 사람들의 스타일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해요. 하지만 연재 기간에는 외출할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SNS를 통해 빠르게 트렌드를 파악하곤 합니다. 그 외에도 어린 시절 감명 깊게 본 영화나 드라마, 만화들이 저도 모르게 제 작업에 영향을 주기도 하죠. 창작자는 서로에게 끊임없이 자극을 주는 존재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제가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최대한 저만의 분위기가 담긴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연재 중에는 다른 콘텐츠를 보는 것도 최대한 지양하고 있습니다.
Q. 바쁜 일정 속에서도 창작의 흐름을 유지하는 작가님만의 노하우는 무엇인가요?
연재 초반에는 일주일 안에 한 회차를 완성해야 하는 일정이 너무 촉박해서,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물을 보여드려야 했던 적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더 좋은 장면을 그릴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남곤 했죠. 다행히 정식 연재 후에는 어시스트와 함께 작업하면서 조금씩 여유를 찾을 수 있었어요. 여유가 생기자 창작이라는 작업을 하기 위해선 의식적으로 ‘버티는 힘’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필라테스를 통해 손목 건강을 챙기고 마음의 근력 또한 키우고 있어요. 손목이 버텨야 펜을 들 수 있고, 마음이 단단해야 더 좋은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으니까요. 창작자로서 오래도록 꾸준히 작품을 만들어 가기 위해, 몸과 마음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웹툰 작가로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연재 중에는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작업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라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자주 만나지 못해요. 하지만 다행히 부모님과 친구들이 바쁜 저를 배려해 동네까지 직접 찾아와 주며 끊임없이 응원해 줬어요. 덕분에 연재의 무게를 버틸 수 있었죠. 휴재 기간이 되면 그동안 못 만났던 소중한 사람들을 챙기려 노력하고 있어요. 이번 휴재 동안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도 했습니다. 한 작품을 오랫동안 이끌며 번아웃을 겪을 때도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묵묵히 곁에 있어 주는 남편 덕분에 다시 힘을 낼 수 있었죠. 결국 창작이란 혼자 하는 작업 같아도 주변의 따뜻한 응원이 있어야 지속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Q. 웹툰을 연재하며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독자분들이 남겨주신 댓글을 읽을 때입니다. 단순히 웹툰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시간 들여 댓글을 남겨준다는 것 자체가 큰 애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위기를 극복하는 주인공의 에피소드를 보며 용기와 위로를 받았다는 말들은 단순한 감상평 그 이상의 깊은 감동을 줍니다. 창작은 때때로 고독한 과정이지만 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작은 울림이 된다는 것을 실감할 때면, ‘독자가 있어야 작가가 존재한다’는 말을 되새기게 돼요. 또한 독자분들의 반응에서 영감을 얻어 다음 에피소드의 방향을 고민하기도 합니다. 결국 독자분들과의 소통이 제 창작의 원동력이 되는 셈이에요.
Q. 「아홉수 우리들」 이후 차기작 계획이 있으신가요? 완결 후 다뤄보고 싶은 새로운 스토리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차기작을 준비한다면 이전과는 다른 이야기를 시도해 보고 싶어요. 「아홉수 우리들」처럼 현실적인 에피소드를 기반으로 하되, 로맨스적 요소를 제외해 기존과는 다른 결의 감성을 담아낼 계획입니다. 저는 인생이 마치 수학 문제처럼 하나의 정답만 존재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제 작품도 정해진 해답을 주기보다는, 독자들이 스스로 고민해 볼 수 있는 이야기가 되길 바랍니다. 주인공의 삶에 자신을 투영해 보며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깨달음을 얻는 경험을 선물하고 싶어요.
Q. 앞으로 웹툰 작가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독자들에게 선한 영향을 주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웹툰은 한 사람의 삶에 깊은 영향을 주는, 오락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매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단순한 재미를 넘어 의미 있는 대사와 에피소드를 그려 사람들을 치유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제 작품 속 주인공들은 현실의 궂은 시련에도 굴복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나아가죠. 이 과정을 함께하는 독자들 또한 제 작품을 읽고 자신만의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Q. 작가님께 「아홉수 우리들」이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아홉수 우리들」은 제 인생의 한 컷이자 꿈을 현실로 만들어준 작품입니다. 작품 속 모든 에피소드가 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지만, 제가 느꼈던 감정에서 출발한 이야기들이기에 더 각별하게 느껴져요. 무엇보다 20대 때부터 간절히 바라던 웹툰 작가의 꿈을 이루게 해주었고, 제 이름을 세상에 알린 첫 작품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아홉수 우리들」은 제 청춘이 고스란히 담긴 ‘나의 꿈 그 자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Q. 웹툰 작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웹툰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만의 이야기’입니다. 긴 연재 기간 동안 작품을 이끌어가기 위해선 작가가 독자에게 전하려는 확고한 메시지가 필요해요. 남들의 발걸음을 좇기보다 나만의 색을 가진 이야기를 꾸준히 고민하다 보면 언젠가 독자들에게 깊이 와닿는 작품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펜을 들어, 후배님들만의 이야기를 세상에 펼쳐 보길 바랍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간절히 전하고 싶을 때 그 이야기는 분명히 누군가에게 닿아 울림을 전할 테니까요.
Q. 나만의 길을 찾아 한 걸음씩 내딛고 있는 20대 청춘, ‘우리들’에게 따뜻한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에게 20대는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남들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곤 했죠.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시기야말로 나만의 길을 찾기 위해 가장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간이었어요. 우리는 때때로 길을 잃고 방황하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쌓인 경험들이 스스로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곤 합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아온 과정은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라 나만의 길을 만들어 주는 소중한 자산이 돼줄 테니까요. 정답을 찾으려 애쓰기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고유한 색을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빛나는 성장 아닐까요? 여러분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며 진정한 ‘나다움’을 찾길 바랍니다.
20대 초입에 막 들어선 우리에게 아홉수를 향한 여정은 유독 멀게만 느껴진다. 때론 청춘이라는 경계의 끝자락에 서 있을 자신의 모습이 기대와는 다른 모습일까 불안하기도 하다. 그런 우리에게 박수현 동문은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길을 향해 굳게 나아가라고 말한다. 그의 담담한 위로가 수없이 많은 고민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당신에게도 작은 용기가 되길 바라며, 동대신문이 그 여정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동대신문기자 : 오승리 · 권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