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김종필 교수팀, ‘자폐증 발병의 관문’ 잠든 뇌 신경줄기세포 규명
- 세계 최초 "잠든 뇌 신경세포가 깨어나면 자폐증도 치료 가능"
- 세계적 정신의학 학술지 Molecular Psychiatry(IF=11.8, JCR 상위 2.3%) 8월 30일 게재
▲ 왼쪽부터 김종필 화학과 교수, 조병국 연구교수
동국대학교(총장 윤재웅)는 본교 화학과 김종필 교수 연구팀(김종필(교신저자, 동국대학교 교수), 조병국(제1저자, 동국대학교 연구교수))이 세계 최초로 ‘뇌 속 휴지기 신경줄기세포(quiescent neural stem cells, 이하 qNSCs)가 자폐스펙트럼장애 발병에서 발병의 관문 역할을 한다’는 기전을 밝히고, 이를 제어함으로써 자폐증의 치료 가능성을 새롭게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Aberrant Neural Stem Cell Quiescence is the Gateway to Autism Development linked to Arid1b"라는 제목으로 세계적 정신의학 학술지인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 IF = 11.8, JCR 상위 2.3%)’에 게재되어 그 학술적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자폐증으로도 잘 알려진 자폐스펙트럼장애(ASD)는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회적 고립과 심각한 적응 장애 문제를 겪는 사례가 최근 늘어나는 등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폐증은 발병 원인이 다양하고 증상 또한 매우 이질적이기 때문에, 주로 증상 완화 중심의 행동치료에 의존하는 등 질환의 근본 원인을 겨냥한 치료 전략은 지금까지 부족한 실정이었다.
김종필 교수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qNSCs가 자폐증 발병의 ‘관문(gateway)’이자 질환 발병의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신경줄기세포 특이적인 Arid1b 조건부 제거(conditional knockout) 동물모델을 이용해, 자폐증 환자의 뇌에서 관찰되는 비정상적 신경발달 현상이 자폐증 유발 원인인지 발병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인지 먼저 규명했다. 연구 결과, 자폐 유발 유전자인 Arid1b를 신경줄기세포에서만 표적으로 제거했을 때 자폐증상이 뚜렷하게 발현됐으며, 이는 신경줄기세포의 비정상적 행동이 자폐증 발병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증명한 것이다.
또한, 김 교수 연구팀은 자폐증 모델 마우스 뇌의 신경줄기세포를 단일세포 시퀀싱 방법으로 분석해, qNSCs가 깊은 휴지기 상태(Deep quiescent state)로 전환되며 후성유전학적 표식인 H3K27me3가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현상이 유아기 뇌 발달 과정에서 신경발생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등 ‘자폐증의 핵심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고 밝혔다.
특히 연구팀은 동물모델에서 억제제 GSK-126 사용 시, qNSCs에서 H3K27me3가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현상을 억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연구를 통해 손상된 신경발생이 정상 회복되며, 사회성 결함 및 사회적 기억력 저하 등 자폐증의 대표 증상까지 완화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해냈다.
이번 연구는 자폐증 환자 유래 뇌 오가노이드와 신경줄기세포에서도 동일한 병리 현상 역시 검증했다. 연구에 따르면, ARID1B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 유래 뇌 오가노이드와 실제 자폐증 환자의 신경줄기세포에서도 qNSCs의 깊은 휴지기 상태 전환이 공통적으로 관찰됐다. 이는 자폐증 발병 기전이 특정 소아기를 넘어 성인기에도 동일하게 발견 가능하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입증한 결과다.
김종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자폐증 발병의 원인이 뇌 속 휴지기 신경줄기세포의 비정상적 활성에 있음을 발견했고, 이러한 세포가 자폐증 발병의 핵심 원인임을 증명했다”고 밝히며, “성인기에도 휴지기 신경줄기세포의 이상이 자폐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자폐증이 단순한 발달장애를 넘어 평생 관리 가능한 질환임을 시사하는 중요한 발견”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연구팀은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넘어, 자폐증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목표”라며, “휴지기 신경줄기세포의 조절을 타깃으로 한 치료법이 실제 임상에 적용될 수 있도록 추가 연구와 임상시험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범부처 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 대학중점연구소 지원사업, 인공아체세포 기반 재생의료기술개발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