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연구

구은정 교수의 ‘다원주의 사회과학 모색’ 연구

등록일 2023.03.28. 조회 895

구은정 교수

 

사회과학연구원 구은정 교수의, ‘다원주의 사회과학 모색: 돌봄 연구의 한계를 초점으로’란 논문이 비판사회학회 학술지 『경제와 사회』제137호에 게재되었다.

 

이번 연구는 2022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분야 신진연구자지원사업에 선정된 3년 연구 중 1년 차 연구에 해당한다.

 

논문은, 2021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코로나에 감염된 노인이 보호자와 포옹(hug)할 수 있도록 만든 비닐텐트의 예로 시작한다. 당시 시설에서 생활했던 한 노인이 비닐로 둘러싸여 아내와 포옹한 후 “정말 필요했어. 이 포옹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어. 정말 오랜만이었어.”라고 이야기한 인터뷰를 예로, 기존 분과학문 체계로는 이 노인이 향유한 돌봄 가치를 포착하기 어렵다고 비판한다. 즉 지불돌봄노동자, 사회복지사, 배우자·가족·친구 등 친밀한 사람, 각각이 포옹이란 돌봄을 제공했을 때, 포옹을 받는 사람이 향유하는 돌봄 가치가 다르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지만, 경제적 가치만을 정의의 가치만을 초점에 두는 기존 분과학문 체계는 이 차이를 드러내지 못한다는 점을 문제제기한다. 이렇듯 하나의 관점으로 어떤 사회현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비판하며 다원적 관점을 제기하는 이 논문은, 인간관계의 다원적 목적에 주목한다.

이 연구에서는 사회과학이 인간과 인간 사이 관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점을 토대로, 도이치가 구분한 세 가지 관계의 목적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이와 조응하는 세 가지 분배원칙, 세 가지 기본 심리적 필요,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다원적 가치 등을 통합한다. 즉, 관계의 목적에 따라 행위자가 같은 행동으로 획득하(려)는 가치가 다르다는 점에 천착해 다원주의 사회과학을 모색한다. 주 내용은 아래 표와 같다.

 

관계의 목적 (1) 개인의 복지와 발전 (2) 즐거운 사회적 관계 (3) 경제적 생산성
항목
심리적 필요 연결 자율 능력
분배원칙 필요 평등 형평
가치 돌봄 정의 자유
영역 친밀영역 정치 시장

 

이 연구는 정치영역의 연대는 서로를 직접 책임지지 않는 타자와의 연대라는 점을 포착해, 이를 권리의 가치로 호환되지 않는 애정·배려 등을 나누는 친밀영역의 관계와 구분했다. 이런 구분은 기존 공동체에 대한 논의에서 혼재되었던, 답례의 규범성을 원리로 한 ‘증여’에서 비롯된 호혜적 관계와 뜻하지 않는 선물(gift)을 받고 이에 대한 고마움을 나누는 ‘친밀관계’를 구분하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의의가 있다. 또한, 시장을 등가교환의 영역으로 이해하는 주류경제학 관점과 달리 이 연구에서 시장은 공적에 따라 분배하는 형평이란 분배원칙이 적용되는 영역이다. 시장을 등가교환의 영역으로 이해할 때, 시장은 이론적으로 평등의 영역이거나, 최소한 자유계약은 사회적 관계를 해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반해, 더 많이 이바지한 사람이 더 많이 분배받는 형평원칙은 결국 불평등을 초래한다. 따라서 이 논문은 능력을 발휘해 더 많은 분배를 획득할 수 있는 자유와 기여에 따른 분배가 초래한 불평등이 공존하는 역설적 성격이 곧 시장의 속성이라는 점을 밝혔다는 의의가 있다. 그리고 이 역설적 성격은 불평등의 범위에 대한 정치적 합의를 요청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 시장과 정치의 이분법을 넘어선다는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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