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5·18 비판 금지’立法은 독재의 전형

등록일 2020.06.08. 조회 707

우리나라 헌정사에서 기록에 남을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재적의원 5분의 3에 육박하는 절대다수의 거대 여당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는 여당이 행정부와 함께 신속한 국정 운영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있지만, 견제 세력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국정 전반에 걸쳐 책임이 막중해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헌법은 국회의 법률안 의결정족수를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제 법률안의 통과는 여당의 당론이 결정적이다. 그런데 국회의 법률 제정에는 절차도 중요하지만, 법안의 내용이 더 중요하다.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법률을 제·개정할 때 헌법상 민주주의 원리와 법치국가 원리 등 기본원리를 준수해야 한다고 하여, 입법권에 대한 헌법상 한계를 분명히했다. 법률은 헌법의 규정 범위를 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여당이 국회를 주도해도 입법권을 남용해선 안 된다.

법률안을 만들어 발의·심의해 표결에 부치는 것은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업무이면서 의무이다. 법률은 대부분 행위에 관한 규범으로,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율한다. 그래서 법률은 헌법에서 규정한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헌법상의 기본원리나 원칙을 위배해선 안 된다. 이번에 민주당에서 발의한 ‘역사왜곡 금지법안’은 그 내용에 있어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헌법상의 기본원리에 저촉될 수 있다.

먼저, 이 법안의 목적을 보면 일제강점기 전쟁범죄, 5·18 민주화운동 및 4·16 세월호 참사 등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부인·왜곡하는 행위와 이로 인해 발생한 피해자와 희생자 등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행위를 처벌해 국민의 역사의식을 제고하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목적을 위해 법안은 TV·신문 등 언론 매체, 전시물과 공연물, 토론회와 간담회, 기자회견과 집회 및 가두연설 등의 방법으로 역사적 사실을 부인·왜곡하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특정한 역사적 사실을 부인·왜곡하는 행위 등을 처벌하는 특별형사법안이다. 법안의 목적에 대해 한편으로 이해는 가지만, 법안의 내용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행법에서도,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이를 왜곡하는 행위가 있어 고발·고소 되면 수사를 통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런 행위를 특별법으로 규율하는 것은 자칫 국가가 법률로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과거 우리는 독재정권에서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받았다. 국민에게 유신정권의 긴급조치는 악몽이었다. 사상의 자유시장론은 어떤 사상이나 견해도 자유롭게 개진하고, 토론을 통해 진리가 오류를 극복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헌법재판소도 사회 구성원이 사상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모든 민주사회의 기초라고 했다.

역사의 부인이나 왜곡은 토론을 통해 해결할 일이지 법률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자유롭게 자신의 사상과 의견을 밝히고 이를 전파하는 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인격을 발현하는 기본적 요소이면서 자유민주적 국가 질서를 구성하는 요소다. 자유로운 대화·토론·비판은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중요한 절차이자 방법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일이다. 비판의 자유가 보장돼야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비판과 반대가 없는 민주주의는 실현 불가능하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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