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특활비 用處 최소화하고 관행 바꿔야

등록일 2017.11.22. 조회 2329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사건은 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국가기관들의 특활비 자체에 대한 논란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국가정보원의 특활비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최경환 의원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가정보원 특활비가 여야 의원들에게 건네졌다는 소문에 대해 국가정보원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렇게 국가정보원의 특활비를 넘어서 여야 정치권은 법무부와 검찰의 특활비 문제를 두고 이 돈이 적절하게 사용됐는지 여부를 가지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특활비는 국가 재정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편성한 목적을 벗어나 사용해선 안 된다. 그래서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 운영계획 지침’에는 특활비를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라고 정의해 그 범위를 정하고 있다. 또한, 특활비의 집행에 대한 증빙서류는 감사원의 ‘특별활동비에 대한 계산증명 지침’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물론, 특활비가 주로 기밀을 요하는 정보 및 사건수사 등에 사용되기 때문에 세부 항목을 공개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그렇지만 국가기관의 특활비가 세부 항목이 공개되지 않고 증빙 서류도 없이 사용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본래의 목적에 따라 사용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국가의 예산과 결산 및 기금 등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집행된다. 국정 수행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은 국가 예산에 책정돼 집행되기 때문에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모든 국정 수행 활동이 공개되기는 어렵고, 특히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수사 사건에 사용되는 특활비는 세부 항목을 모두 공개하기 어렵다. 국가도 국가 안전보장 업무와 관련해서는 그 효율적 수행을 위해 예산회계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기밀을 요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대해서는 과거부터 관행처럼 통제받지 않고 특활비가 사용되면서 불법 전용되기도 했다.

특활비가 배정되는 국가기관에는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정보원, 법무부와 검찰 이외에도 청와대, 국방부와 경찰청 등 총 20개 기관에 이른다.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책정된 특활비 중 약 절반이 국정원에 배정돼 있고, 국방부와 경찰청 및 검찰을 포함한 법무부 순으로 책정돼 있다. 특활비에 대한 논란은 많지만,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수사 사건, 국가안보와 관련된 국정 수행 활동에는 필요하다. 그런 만큼 특활비 용처(用處)에 대해 보다 명확하고 엄정한 기준이 필요하다.

오랜 기간 불법 전용됐던 특활비를 전부 수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시기를 특정하게 되면 정치 보복 논란만 커질 것이다. 물론 국가 재정으로 이뤄진 특활비를 개인적으로 착복했다면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번 기회에 특활비의 불법 전용 내지 상부 기관에 상납이란 터무니없는 관행을 없애는 제도 개선이 있어야 한다.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특수공작 비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먼저 특활비의 필요성을 인정해, 행정명령에 해당하는 각 부처의 지침으로 정할 게 아니라, 국가재정법에 명시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해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특활비를 사용하는 국가기관의 수를 최소화하면서, 불법 전용을 차단하기 위한 예산 책정과 집행을 엄정하게 관리·감독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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