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헌재소장 ‘長期 대행’이 위헌인 이유

등록일 2017.10.16. 조회 1462

지난 10일 청와대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학계 일각에서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야권에서는 헌재에 대한 국정감사 보이콧 논의까지 나오고 있다.

올 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중에 박한철 소장이 임기만료로 퇴임한 이후 헌재의 소장 권한대행 체제가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헌법 제111조 제4항에 따라 김이수 재판관을 소장 후보자로 지명했지만, 9월 11일 국회의 동의를 얻지 못함으로써 임명에 실패했다.

우리 헌재는 사법부에 속하지 않으면서 사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헌법은 제6장에 헌재를 규정하면서 위헌법률심판과 탄핵심판 등 5가지 헌법재판을 관장토록 권한을 주고 있다. 헌법은 헌재 9인의 재판관을 입법부와 행정부 및 사법부에서 각각 3인을 선출, 임명 및 지명토록 하고 있고, 대통령이 이들을 임명토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헌재소장은 대통령이 재판관 중에서 지명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토록 하고 있다.

헌재소장은 선출직 공무원이 아니므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절차를 밟아 임명해야 한다. 헌법에는 헌재소장이 궐위 시나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언제까지 후임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 헌재는 국가조직상 최상위의 기관 중 하나로 헌법기관이고, 헌재소장은 헌재를 대표하는 장으로서 헌재의 행정사무 총괄권을 갖고 소속 공무원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하는 자리다. 헌재소장이 공석이 되면 헌재 운영에 공백이 발생하게 되기 때문에 이를 메우기 위해 헌법재판소법은 새 소장의 임명 때까지 권한대행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헌법재판을 담당하는 헌법기관으로, 헌법은 헌재소장의 임명에 있어서 국회의 동의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을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법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권이나 대통령의 임명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다. 헌재소장의 권한대행은 헌재의 본질적 기능인 헌법재판 자체를 대행하는 것은 아니고 헌재 대표권과 행정권만 대행한다. 그래서 권한대행 제도는 헌재소장의 일시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잠정적 비상조치에 불과해 헌법에 의해 주어진 국회의 동의권이나 대통령의 임명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헌재소장의 궐위나 유고로 헌재가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고 해도, 이는 비상 상황에 대한 임시적 조치에 불과하므로 최대한 이른 시일 내 헌재소장의 임명 절차를 밟아야 한다. 김이수 재판관의 소장 임명이 실패했기 때문에 새 소장이 임명될 때까지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소장 권한대행은 어디까지나 권한대행일 뿐 헌재소장은 아니다. 따라서 장기(長期)간 권한대행 체제로 가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헌재소장 권한대행 제도가 헌법재판소법에 근거하고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헌재의 구성과 조직이 헌법사항임을 간과하고, 권한대행 제도의 취지를 오인한 것이다.

지금은 헌재를 비상체제로 운영해야 할 만큼 긴급한 상황이 아니고, 헌재소장의 임명 절차를 미뤄야 할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헌재소장의 임명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주어진 헌법상 책무다. 조속한 시일 내에 새 헌재소장의 임명 절차를 밟아 헌법기관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이것이 헌법의 요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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