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세계와우리] 한·미·중 협력구축 시급하다
북한이 6일 탄도미사일 4발을 동해상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무더기 발사하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또 한 차례 증폭시켰다.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미사일 시위이자, 2월 12일 중거리미사일 ‘북극성 2형’을 발사한 지 22일 만이었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매년 3~4월 진행되는 키리졸브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맞서 다양한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2015년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2발씩 세 번에 걸쳐 발사했고, 2016년에는 무수단·스커드·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무려 8차례에 걸쳐 15발 발사했다.
기술적으로, 이번 발사가 하나의 탄착지점을 향해 시차를 두고 4발의 미사일이 무더기로 발사됐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동일 장소에서 다량의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시키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완벽하게 방어하기 어렵다. 기술적으로 이번 발사가 사드로는 한꺼번에 4발 모두를 격추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미국과 국제사회에 선전하기 위한 차원이었던 것이다. 이제까지 북한이 모든 탄도미사일을 도로나 지반이 튼튼한 지형에서 발사했지만, 이번에는 발사 지역이 논 한가운데였다는 점도 새롭다. 임의의 어떤 장소에서도 고체연료를 쓰는 탄도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기술적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정남 피살사건에도 북한이 급박하게 무력시위에 나선 데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대북정책 신호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논의를 비롯해 대북 선제타격, 전술핵 재배치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국내외 보도가 잇따랐다. 심지어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관 및 개인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발동까지 경고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신호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듯하다. 이런 와중에 북한의 무더기 미사일 발사는 표면적으로는 키리졸브훈련에 대한 반발이지만, 대북 강경책을 예고한 트럼프 정부와의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강대강(强對强)의 대결 의지를 명확하게 드러낸 것이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15∼19일 취임 후 첫 한·중·일 3국 순방에 맞선 무력시위의 성격도 크다. 틸러슨 장관은 3국을 방문해 북핵문제와 현안으로 대두한 사드 문제에 대해 집중 대화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은 이번 순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한·중·일과 공유해 이를 구체화하는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완전히 굳어지기 전인 이 시점에 미국에 밀리지 않고 끌려가지 않기 위한 행동을 할 시기라고 판단한 듯하다. 때문에 북한이 조만간 또 다른 형태의 중거리미사일(IRBM)이나 SLBM 등 추가 무력시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드 배치에 맞서 중국이 북한을 끌어안는 와중에, 북한은 미사일 무력시위를 하는 한편 외교적 고립도 동시에 탈피하려 하고 있다. 사드 배치 문제를 매개로 한 한·미·일 동맹에 대한 대척점으로서 북·중 관계의 강화가 실제 이뤄지고 있다. 최근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은 베이징에서 중국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 ‘피로써 맺은 친선관계’라는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재확인한 바 있다. 북·중관계 강화 기조 속에 북한의 군사적 무력시위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무더기 미사일 발사 시점을 전후로, 사드 배치에 맞서 중국은 벌떼처럼 반발하고 있다. 김정남의 피살사건 이후 베일에 싸인 채 김한솔이 유튜브에 모습을 나타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대형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발생하고 있다. 지금이 한·미, 한·중, 미·중 등 국제 공조를 통한 북한문제의 협력적 접근을 어느 때보다 해야 할 시점이다. 북한의 군사적 무력시위를 자제시키기 위한 한·미·중의 협력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