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탄핵심판, ‘여론 재판’이어선 안 돼

등록일 2017.03.06. 조회 1204

대통령에 대한 헌정사상 두 번째 탄핵심판이 이제 선고만 남겨놓고 있다.

그런데 법에 따르면 헌법재판관이 퇴임하기 전에 후임자가 결정되고, 재판관이 퇴임하게 되면 바로 임명돼 직무를 수행하게 돼 있다. 하지만 지난 1월 말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하면서 헌법재판관은 8인이 됐다. 헌재의 구성은 헌법 사항이고, 헌법에 따라 헌재는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된다. 헌법은 헌재가 재판관 6인의 찬성이 있어야 탄핵을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 7인 이상의 출석으로 심리할 수 있다고 했다. 헌법재판은 9인의 재판관이 참여하지 않아도 가능하며, 9인이 아닌 재판부가 재판을 해도 그 정당성과 합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이번 탄핵심판에서 논란 중 하나는 재판관의 임기만료로 9인의 재판부가 성립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면 임기만료일까지 후임자를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몫의 재판관이 퇴임하는 데 후임자가 임명되지 못했다. 물론 현직 대통령이 탄핵심판의 대상이라는 점은 있지만, 헌법에 따라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있기 때문에 후임 재판관의 임명에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그 누구도 법에 따라 후임자를 임명해야 할 국가의 책무를 거론하지 않았다.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국민은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로 나뉘어 찬반을 주장한다. 물론 이에 가담하지 않고 있는 국민도 있을 것이다. 탄핵의 찬반을 주장하는 양측은 집회 때마다 세를 과시하면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탄핵심판이 어떻게 결정되더라도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은 막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이런 집회들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탄핵심판을 진행하고 결정해야 할 헌재에 부담을 주고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법리에 따른 탄핵심판의 공정한 결정이다. 헌법이 정치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법이라 해도 탄핵심판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결정돼야 할 헌법재판이다. 헌재는 탄핵이 일반적인 사법 절차나 징계 절차로 소추하거나 징계하기 곤란한 행정부의 고위직 공무원이나 법관 등과 같이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 직무상 중대한 비위를 범한 경우에 처벌하거나 파면하는 절차라고 했다. 또한, 탄핵심판 절차는 행정부와 사법부의 고위 공직자에 의한 헌법 침해로부터 헌법을 수호하고 유지하기 위한 제도라고 했다. 탄핵의 핵심은 직무 수행에 있어 헌법과 법률의 위반 여부다. 특히, 헌재는 중대한 법 위반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탄핵 제도는 헌법 수호를 본질적 징표로 하여 법적 책임을 추궁하는 제도다. 탄핵은 파면의 책임을 지우는 것이기 때문에 형사처벌이 아니다. 또, 직무 수행의 무능력, 정책의 실패나 정치적 이유로 책임을 지우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탄핵심판은 정치 재판이나 여론 재판이 아니며 형사 재판도 아니다. 탄핵심판을 공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은 헌법을 정치적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또한 법률적으로 해석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헌법은 추상적 규범이며, 이를 구체화하는 것은 헌재의 몫이다. 탄핵심판의 결과에 따라 우리 사회의 분열이나 갈등이 커진다고 해도, 헌재는 좌고우면해선 안 된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잃어서는 안 되고 오직 법리에 따라 법적 양심으로 판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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