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나랏빚 자신감'…감당할 수 있나

등록일 2020.10.08. 조회 1221

"경상수지는 안갯속 불안요소
정부 규제 정책도 악화일로
재정이라도 다잡고 신뢰 쌓아야"

유례없는 역병에, 유례없는 추경이 진행됐다. 추경에 필요한 돈은 국채를 발행해 조달한다. 그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4%에 육박하게 된다. 정부는 그 정도 빚은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고 하고 있다. 지난 5일 정부가 발표한 한국형 재정준칙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이내에서 관리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빚이 과도한지 판단하는 데에 빌리는 쪽의 주장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빌려주는 쪽 판단이 문제다. 그리고 그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대내외적으로 평가된 정부의 신용도다.

정부의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평가된 대표적 성적표로 국가신용등급이 있다.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S&P가 매긴 우리나라 신용등급은 현재 AA로 세계 16등이다. 같은 등수의 나라에 영국, 프랑스 등이 있고, 바로 위 AA+ 등급에 미국, 핀란드 등이 있다. 이들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빚 규모는 크지 않다. 영국, 프랑스, 미국 모두 GDP 대비 정부 부채 규모가 100%를 넘는다. 윗등급인 핀란드, 오스트리아도 50%는 다 넘는다. 이렇게 보면 정부의 주장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뒤집어 질문해 보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의 실체가 드러난다. 왜 우리나라는 비교적 작은 부채 규모에도 불구하고 빚을 훨씬 더 많이 진 나라들과 비슷하거나 나쁜 평가를 받는가?

기본적으로는 국제적 신용평가기관들이 서방 국가들을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나, 우리나라가 1997년 외환위기에서 신용을 크게 까먹은 전력이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평가에 내재된 불안감을 무시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상수지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경상수지 흑자는 우리나라가 북미나 유럽 국가들에 비해 더 빨리 성장하고 든든한 외환보유액을 유지할 수 있는 시작이자 끝이다. 지금까지는 불안하게라도 경제를 견인해왔지만 산업구조의 급변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부문이 바로 경상수지다. 반도체 실적이 널뛰는 것은 제쳐두고라도 자동차나 조선산업처럼 경상수지에 기여하면서 높은 고용유발효과도 일으켰던 전통적인 제조업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교역 상대국들의 경기에 얽매이는 것도 경상수지의 큰 불안 요소다.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민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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