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지구온난화 재앙 어떻게 막을 건가

등록일 2020.08.28. 조회 1105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입구 안쪽에는 거꾸로 매달린 '역피라미드'가 있다. 전시물을 볼 때, 숨어있는 뜻을 생각해 보라는 배려라고 한다. 요즘들어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 당혹스럽게 한다. 폭우 폭염 폭설 한파 같은 기상이변이 그렇고 일상을 크게 변화시킨 코로나19도 그렇다. 때마다 닥쳐오는 위기상황을 넘기려고 애만 쓰다가 되돌아 맞는 형국이다. 이젠 겉모습에 영향을 주는 실상을 끄집어내 걸맞게 대응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다. 지속적으로 위협해오는 바이러스에 맞서 면역체계를 강화시키고 대응해왔지만 아직도 진행 중이다. 백신 개발에는 변종을 만들어 가는 바이러스의 특성과 숙주에 피해를 주지 않고 치료해야하는 약특성을 감안해야하기 때문에 개발에 어려움이 있다. 백신 개발 전까지는 방역시스템을 확실히 구축하고 국제공조로 병원체를 밝혀간다면 '범용백신'을 좀더 빠르게 개발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와 함께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근본 이유를 알아내 확산하지 못하도록 막는 일도 중요하다. 무분별한 자연훼손으로 동물 서식지가 파괴되어 바이러스가 전이되고 기상변화와 지구온난화로 바이러스 생존 환경이 잘 만들어져 영향을 주고 있다. 아마존 열대우림을 비롯한 산림의 불법 벌채를 막고, 탄소배출을 '네트제로'로 줄여 나가는 총체적 접근을 해야 한다. 국가기후환경회의 같은 관련기관들은 '그린뉴딜'을 적극적으로 실천하여 친환경 생태계를 보전하는 모멘텀을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UN식량농업기구(FAO)의 당면과제는 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 지역의 농작물을 위협하고 있는 메뚜기 떼를 방제하는 일이다. 사막메뚜기 떼는 하루에 3만5000명이 먹을 옥수수를 먹어치우고 그 규모도 인공위성에서 촬영될 정도로 대단하다. 어떤 나라에서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을 정도다.

메뚜기는 짝짓기할 때만 모이는 곤충이나 떼로 형성되면 공격적으로 변하는 세로토닌 호르몬이 3배 이상 분비되어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사나운 해충이 된다. 이동성 때문에 방제도 한계가 있어 피해가 커지고 있다. 메뚜기 떼도 사이클론 발생빈도가 늘어나면 출몰하는 경향이 커 기후변화 영향으로 보고 있다. 서울의 기온이 지난 100년간 2.99도 상승하고 캐나다 북극에 있는 '헤이즌 고원'의 만년설이 5년 만인 금년 완전 증발한 것을 보면 이해가 된다. 국내에서도 갑자기 대벌레, 노래기가 많아져 혐오감을 주고 있다. 기후 온난화로 교배시기가 변하여 이상번식하는 해충들의 역습을 멈추게 해야 한다.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종자(種子)는 또 어떠한가. 지구온난화로 작물재배 지역이 북상하고 있고, 작물들이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2012년 부터는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거나 개량한 개발자에게 특허권을 주다보니 특정한 기술을 적용하여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기도 한다. 뿌린 씨앗이 다시 씨앗으로 뿌려질 수 없도록 터미네이터 기술을 적용하는가 하면, 자기 회사 농약을 사용해야 싹이 트는 트레이터 기술을 접목하여 특정종자만을 구입하도록 강요하기도 한다.

지금 세계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종자 전쟁의 한복판에 서있다. 농민들은 무엇을 재배할지에 대한 결정권을 잃어가고 있고, 초국적 기업들은 잘 팔리는 종자 생산에 치우쳐 종의 다양성도 잃게 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업이 제공하는 품종이 특정 질병에 취약해진다면 그땐 큰 아우성을 칠 것이다. 결국 종자전쟁은 사람을 위한 먹거리로 남길 것인가 아니면 기업의 이윤으로 남길 것인가로 결론이 날 것 같다.

식량문제를 해결하려면 종자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다양한 우량종자를 개발하는 종자기업을 육성하고 튼실한 토종 종자가 확산되도록 씨앗은행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품질인증제'도 도입하는 등 종자의 생산 보증과 안심하게 유통할 수 있는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최근에는 신품종 종자를 개발하는 패턴에서 벗어나 바이오 기술을 접목해 식물 추출물로부터 신약과 신물질을 개발하는 활동도 활발하다. 종자산업법도 농민의견을 잘 반영하고 안전하게 먹거리를 제공받을 수 있는 종자가 되도록 개정되었으면 한다.

파도가 출렁이는 것은 바람 때문이다. 우리에게 닥친 바이러스와의 전쟁, 기후온난화로 생긴 해충과의 전쟁, 초국적 기업들의 종자 사유화로 인한 씨앗전쟁 이면에는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이 숨어있다. 위기 극복의 힘은 과학기술과 국민적 관심, 그리고 협조에 달려있다. 잘 대응해 나간다면 우리는 분명 기후선도국으로 변해갈 것이다.

김영식 동국대 석좌교수

동국대학교 챗봇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