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파산서 혁신으로 美GM의 10년
배라CEO 전략적 구조조정
부실 떼내고 뉴GM 환골탈태
전기차·SUV로 체질 확 바꿔
잃어버린 명성 다시 회복중
미국 내 세단형 승용차 조립공장 5개 폐쇄, 사무관리직 15% 감원, 비인기 차종에 대한 할인 확대. 추가적으로 캐나다 공장과 두 개의 해외 부품공장 폐쇄 가능. 그리고 향후 전기차 및 자율자동차에 집중. 이 내용은 GM이 2018년 11월에 발표한 것이다.
이후에도 구조조정은 계속돼 2020년 2월에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생산과 판매 중단, 태국에서 철수를 결정했고, 다시 인도 공장 매각을 결정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다수 공장의 생산이 중단된 이후 GM의 최고경영자(CEO) 메리 배라는 코로나19로 인해 해야 할 일과 중단해야 할 일이 더욱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산까지 신청했던 GM은 마치 미리 준비한 것처럼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핵심은 전략적인 구조조정이다. 그러나 GM의 구조조정은 냉정하지 않았으며, 갈등보다는 협력으로 그리고 다양한 생각과 의사소통으로 이뤄졌고, 10여년이 지난 지금 잃어버렸던 명성을 다시 회복했다. GM은 2007년 387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하고 2008년에는 194억달러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았으며, 2009년에는 파산신청에, 다시 300억달러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은 바 있다.
10여년 전 파산에서 다시 성공 기업으로 변신한 GM을 보면서 몇 가지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특히 2013년 12월에 취임한 메리 배라 여성 CEO와 새로운 경영진은 계획이 성공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임원들은 다양한 관점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이는 직급을 떠나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공룡으로 불리는 GM이었지만 생산, 금융, 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다양한 관점과 의사소통을 통한 경영이 회생의 길을 열었다.
다음으로 고객만족은 경영의 핵심이었다. 딜러들의 목표는 행복한 고객을 만드는 데 있었다. 쉐비 크루즈는 뉴GM이 저렴한 부품 대신에 좋은 부품을 강조한 첫 번째 자동차였다. 고객의 불만은 신속하게 접수·처리됐다. CEO 메리 배라는 취임한 이후 바로 엔진점화스위치 불량에 대해 260만대에 달하는 리콜을 시행했다. 이후 동력조향장치 문제로 130만대, 배선 문제로 240만대, 최종적으로는 약 2000만대에 대해 리콜을 시행했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리콜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신뢰는 회복됐다.
재무구조의 개선을 위해서 GM은 파산보호신청을 하기 전에 회사를 두 개로 나누어, 하나는 올드GM으로 과거의 부채를 떠안았지만, 뉴GM은 깔끔한 재무제표를 가지고 인기 차종을 파는 자동차 회사가 됐다. 그 결과 파산기간을 줄이고, 피해규모도 줄일 수 있었다. 생산차종도 기존의 승용차 모양의 세단보다는 트럭과 SUV로 전환해 수익성을 크게 개선했으며, 2023년까지는 20여종의 전기차를 생산판매할 예정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10년 넘게 지속적으로 진행된 GM의 구조조정에서 강조된 것은 갈등을 협력으로 풀어가는 경영방침과 소통방식이었다. 군산공장의 폐쇄를 경험한 우리의 평가와는 사뭇 다르지만, CEO 메리 배라를 포함한 경영진은 노사갈등을 최소화하고, 생산적 협력의 원동력을 만들어냈다.
코로나19는 여전히 우리에게 위협적인 존재다. 하지만 기업 환경은 언제나 예측불허이며, GM과 같은 100년 이상의 기업들도 파산을 경험하게 만든다.
변화와 혁신은 기업의 생명이자 경쟁력이다. 기업의 앞길에는 코로나19만이 있는 게 아니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위협 요인을 어떻게 예측하고 대응하는가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비록 우리에게 군산공장의 폐쇄라는 슬픈 기억을 준 GM이지만 파산까지 갔던 상황을 극복하고 다시 고객의 신뢰를 회복한 GM에서 배울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영면 한국경영학회장·동국대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