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시대 언론 톺아보기
#1. 방송뉴스의 인용 채굴. 전문적인(특히 의학적인) 쟁점에 자신이 없으면, 언론은 통상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하지만 A방송사는 달랐다. 코로나19 뉴스 중 총선을 앞두고 검진자의 수가 감소되고 있다는 일선 의사들의 문제 제기에 대한 리포트를 보자. A방송사는 오후에 주OO 뉴스브리핑에서 이 문제를 다룬 뒤, 8시 메인뉴스에서 조OO 전문기자의 리포트를 통해서 "검진자의 수 축소에는 정치적 의도가 없어 보이지만, 적극적인 검진의 필요성이 강조…"라는 대한의사협회 회장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반면 B방송사는 적극적인 검진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을 삭제한 채 관련 보도를 했다. 코로나19 검진 수를 의도적으로 축소하려고 한다는 의심에는 합리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일까? 단지 정치적 의도가 없어 보인다는 인터뷰만 부각시킨 채, 정부가 의도적으로 검진자의 수를 줄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춘 내용을 보도했다. 총선을 앞두고 검진자의 수를 의도적으로 줄이지 않았을지라도, 검진자의 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고, 이는 정부 정책에 의한 영향일 수 있다는 내용을 A방송사는 보도했다. 반면 정작 공영방송사인 B방송사는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후속 보도에서도 여전히 대한의사협회 회장의 동일한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고, 이 맥락을 제거한 인터뷰를 주장의 근거로 이용했다. 이는 방송뉴스가 인용을 채굴한(mining) 대표적인 사례다.
#2. 방송뉴스의 무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에 대해 언론의 보도 행태가 의심스럽다. 최근 단기자금시장의 신용경색과 한국은행의 조치에 대해서 방송뉴스는 심도 있게 다루지 않았다. 왜일까? 뉴스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져서일까? 이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위기를 가늠하는 시장의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음에도 방송은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아니 무시한 것으로 의심한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시민을 불안하게 하는 보도를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하지만 불안감을 부추기지 않는 선에서 위기로 읽힐 수 있는 시장의 신호를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은가. 언론은 이렇듯 뉴스 가치가 높은 뉴스거리를 다루지 않음으로써, 총선을 앞두고 경제 위기라는 프레임이 정부의 심판론으로 비칠 수 있고. 이는 여당에 불리한 프레임이기 때문에 언론이 일부러 회피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물론 언론이 정치적 프레임 전쟁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언론, 특히 방송뉴스는 프레임 전쟁을 하는 정당들의 민낯을 드러내어 프레임에 갇혀 볼 수 없었던 그들의 속내를 드러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언론은 프레임 대신 진실을 무기로 내세워야 하는 집단이 아닌가.
#3. 언론의 오류. 언론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총선에 출마한 김OO후보자가 "나이가 들면 모두 장애인이 된다"라고 말한다. 언론은 '장애인(혹은 장애가 있는 사람)'을 비하하는 발언이라고 비난한다. "장애인"에 대한 발언은 소수자, 약자를 무시하는 표현이며, 편향을 지닌 다수집단이 비록 나쁜 의도는 없더라도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이라고. 그 말에 장애인을 비하하는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고 꾸짖는다. 이 표현에 미묘한 편향이나 부정적인 관점이 녹아있다는 말이다. 비난의 이유에 동의하기 힘들어, 이에 대해 우려라도 표시하면, 아니라고 말 못 하지 않느냐고 반증 불가능성에 혐의를 두고 반박한다. 이래저래 욕먹을 짓을 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언론이 인정하지 않는 대표적인 오류다. 사람의 표현이나 행동은 그 사람의 관점, 가치관, 신념으로부터 기인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맥락에 따라서는 인간이 나이가 듦에 따라 많은 장애를 갖게 된다는 의미일 수도 있는데, 언론은 장애인을 미세하게 공격한다고 비난한다. 맥락을 무시하고 언론은 그를 장애인을 비하하는 편향을 지닌 사람으로 단정한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모르나, 다른 해석 즉 인간의 기본적 특성을 말한 것일 수도 있지 않겠나.
강재원 동국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