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세계와 우리]한반도 4월 위기는 없다

등록일 2017.04.17. 조회 2352

 

요 며칠 새 갑자기 해외 지인과 국내 친구들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한반도에 곧 전쟁이 터질 수도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사실이냐, 국내 친구로부터는 라면과 생수를 사 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꽤 심각한 질문이다. 심지어 지리산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까지, 요즘 국민의 관심사는 눈앞에 둔 대통령 선거가 아니라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인 것 같다.

미국이 북한 폭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4월 한반도 위기설’, ‘전쟁 위기설’의 핵심 내용이다. 그럴듯하게 시중에 퍼지고 있는 이 위기설의 소재를 제공하는 진원지는 북한이다. 15일 김일성 생일, 이른바 ‘태양절’에 북한이 축포 형식의 6차 핵실험을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항해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한의 특정 핵시설과 최고지도부를 제거하기 위한 폭격을 감행하면서 한반도에 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 위기설의 줄거리다.

여기에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동해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 위기설을 보다 증폭시키고 있다. 현재, 한·미 군사훈련을 마치고 호주로 항해하던 미 해군 3함대 칼빈슨 항공모함 전단이 갑자기 방향을 유턴해 동해로 진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칼빈슨호 배치는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이 항공모함이 그동안 빈 라덴 참수작전 등을 수행한 전력으로 봐서도 예사롭지 않은 동해 재진입으로 읽혀지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하거나 한반도에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한마디로 ‘비현실적’이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북한 선제타격은 한반도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주한 미군과 시민, 동맹국 한국이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를 볼 수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 단적으로 한국에 있는 미국 국적자나 시민권자가 30만명에 달한다. 북한의 반격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군사행동까지 감행하기는 어렵다. 당장,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담이다.

북한 선제타격은 한국과 중국의 동의가 필요한데, 미국이 두 나라의 동의를 구하기도 불가능에 가깝다. 1994년 제1차 북핵위기 당시에도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가 영변 핵시설에 이른바 ‘서지컬 스트라이크(Surgical strike, 외과수술식 정밀타격)’를 계획했었다. 그러나 감행하지는 못했다. 전면전으로 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반격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지정학적으로 시리아와 북한은 상당히 다르다. 1994년에는 영변 핵시설만 정확히 타격하면 핵 개발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라늄 농축시설 등이 북한 전역에 흩어져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한두 곳 폭격한다고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지금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압박하는 게 예전보다 강도가 세다는 것을 북한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도 북한의 6차 핵실험을 이전 핵실험 때보다 다른 차원에서 반대하는 기조다. 최근 트럼프와 시진핑 정상회담 이후 미·중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트럼프는 군사적 수단을 총동원한 강력한 압박, 시진핑은 미국의 입장을 반영한 적극적 개입과 대화 돌파구 마련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 움직임이 지금 당장은 김정은을 머뭇거리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월 한반도 위기설’, ‘전쟁 위기설’은 현실적이지 않다. 그러나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한반도는 벼랑 끝까지 위기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다. 6차 핵실험의 성공은 곧 북한의 핵보유를 국제사회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핵실험을 막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미·중의 압박과 대화 노력에 한국 외교가 적극적으로 함께 할 필요가 있다. 그 가운데 빈틈 없는 우리의 안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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