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과도기 國政, 헌법 따르면 문제없다

등록일 2016.12.14. 조회 1281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 사회는 드러나는 사건의 실체에 충격을 받았다. 헌법(憲法)에도 없는 책임총리, 거국내각을 외치며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지던 정치권은 분노한 촛불에 떠밀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국민은 자신이 직접 뽑은 대통령이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시키자 또 다른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통해 탄핵의 심판대에 세운 것이다. 이제 이번 사건의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하든지, 그 결정에 따라 향후 일정이 정해질 수밖에 없다.

헌법에 따라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현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도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하지만, 이는 정치적 주장에 불과하다. 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정(國政) 공백의 최소화를 위한 헌법에 따른 것이다. 설혹 총리가 물러난다고 해도 헌법은 법률이 정하는 국무위원의 순으로 대통령의 권한대행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국정이 중단될 일은 없다. 즉, 탄핵 정국이 시작됐다고 해도 국정의 공백이나 혼란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당분간은 국무총리가 행정부를 이끌면서 국정을 책임질 것이고, 입법부나 사법부는 본연의 헌법상 책무를 수행하면 된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지금이 국가위기 상황이라고 규정하면서 각종 해법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일부 대선 주자는 위기를 극복하고 현 상황을 타개하려면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 사회를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번 촛불 민심이 요구하는 것처럼 청산과 개혁을 위한 사회개혁기구를 구성해 비리·부패 공범자 청산과 재산 몰수, 재벌 개혁, 권력기관 개조 등 사회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부패 기득권 세력을 일소하고 국가를 좀먹는 암 덩어리를 도려내어 제2, 3의 박근혜·최순실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부정부패를 일소해 국가를 혁신하자는 것은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그것은 국회를 비롯한 헌법기관과 국가기관이 해야 할 책무이지 시민사회가 기구를 만들어서 할 사안은 아니다. 시민단체를 비롯한 비정부기구(NGO)는 정부를 감시하고 문제를 지적해 국정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고 국민의 권익을 위해 활동할 뿐 정치에 참여해선 안 된다. 시민단체가 정치에 참여하는 순간 더는 시민단체가 될 수 없다. 더구나 헌법질서가 유지되고 국가기관이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와 사회 개혁을 위한 시민사회의 사회개혁기구나 여야정협의체 구성은 법에 근거가 없는 발상이다.

현행 헌법에 문제가 있다면 개헌을 해야지, 초법적 기구를 구성해 개혁하자는 것은 헌법질서를 무시하는 것이다. 현행 헌법이 모든 국가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한 것은 국가권력의 민주적 정당성을 위한 국민주권의 표현이다. 헌법에서 말하는 ‘국민’은 전체 국민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권력이 정당성을 잃으면, 헌법에 따라 권한을 박탈하고 선거를 통해 국민대표를 새로 뽑는 것이다.

우리는 1987년 헌법 체제에서 두 번이나 탄핵을 경험하고 있다. 이는 현행 대통령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 문제가 헌법 개정 논의의 출발점이었다. 지금이 오히려 개헌 적기인지도 모른다. 국회가 개헌 의지만 가진다면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다. 정치권은 초법적인 발상만 할 게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개헌을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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