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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실무·이론 겸비해 단청 문화재 수호” 두 기술자 향학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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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이론 겸비해 단청 문화재 수호” 두 기술자 향학열

영화 <천년학>의 여주인공 송화는 뛰어난 소리꾼이지만 소리에 대한 이론적 지식은 미천하다. 송화는 적벽가를 부르다가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사자성어를 알지 못해 크게 면박을 당하기도 한다. 스승의 소리를 한 소절씩 따라 부르며 소리는 익혔지만, 이론에 대한 교육은 전혀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광훈씨(53·왼쪽)와 한문수씨(45·오른쪽)는 영화 속 송화와 닮았다. 이들은 단청 기술자로 각각 30년, 20년 넘게 일해왔지만 단청에 대한 이론적 지식에 대해선 접할 길이 없었다. 이들이 지난달 7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동국대학교 예술대학에서 열리는 ‘문화재 단청기술자 양성과정’에 참가하는 이유다.

 

이론 교육을 찾게 된 이유는 ‘수치심’ 때문이었다. 30여명의 후배들과 단청 사업체를 운영하는 이씨는 “단청에 대해 묻는 후배들에게 몸으로 직접 그리면서 설명할 순 있어도, 말로는 전달이 안됐다”면서 “30년 후배들 앞에서 수치심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현재 숭례문 복원작업에 편수로 참가하고 있는 한씨는 “중·고등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1시간 강의에서 고작 20분을 이야기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면서 “20년 경력에 비해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이 너무 초라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이론적 지식에서 온 자신감은 자연스레 현장에서 나타난다. 요사채(스님이 기거하는 공간)에 부처의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는 스님에게 이씨는 “ ‘전통적으로 불당에는 부처를, 요사채에는 십장생이나 새와 꽃 그림을 그린다’고 강의시간에 들은 내용을 설명해 주면 막무가내였던 스님도 수긍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씨는 “부석사가 목조건축물로서 가치 있는 이유를 최근 강의를 통해서야 알게 됐다”면서 “이론적 지식이 창작의 일종인 단청 작업에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그러나 단청 등 문화재 교육은 도제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학교 강의에서는 ‘단청의 혼’을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1년 동안 허드렛일을 해야 붓을 잡을 수 있었고, 처음에는 초빛(기본 채색)만 칠하다가 2~3년이 지나야 이빛(초빛의 그림자 색)을 쓸 수 있었다”면서 “채색의 순서도 익히지 않고 붓을 잡게 하는 강의식 교육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씨는 “스승과 선배들이 단청 작업을 할 때는 담배와 술은 물론, 반바지를 입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면서 “강의식 교육만으론 단청인에게 흐르는 특유의 정신, 작품에 대한 애착을 길러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들의 바람은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후배들을 길러내는 데 있다. 이를 위해 7000만원의 장학금도 적립해 놓은 상태다. 이씨는 “단청에 대한 이론적 지식과 실무적 기술은 수레의 양 바퀴와 같다”면서 “후배들이 선배로부터 기술을 배우면서도, 강의와 관련 서적을 통해 지식을 쌓아야 단청 문화재를 계승·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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