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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불복 40년

이주현 기자

▲ ‘각서’의 사전적 의미=약속을 지키겠다는 내용을 적은 문서. 우리는 어떤 약속을 할 때 농담조로 “의심 가면 각서 써!”라고 흔히들 말한다. 그러나 각서는 지키지 않는다면 그저 종이쪽지일 뿐 그 자체로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 때문에 소송이나 채권채무관계의 증거 역할이라도 부여하길 원한다면 공증을 받는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의 약속도 마찬가지이다. 정치가들의 정치적 신념과 지조, 그리고 변절은 규제할 방법이 없다. 각서로써 묶어놓을 수 없다.

▲ ‘李vs朴’ 경선은 12월 19일 진행될 제17대 대통령 선거 그 자체보다 더욱 흥미진진한 ‘준결승전’이 될 것 같다. 박근혜, 이명박 두 후보의 일거수일투족과 발언들에 매일 지지율은 춤을 추고, 불꽃 튀는 전초전이 열리고 있다. 이에 한나라당은 두 후보에게 경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각서를 받겠다고 나섰다. 한나라당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은 경선관리위원회 5개 방침 중 후보들이 위원회 결정을 완벽히 따르게 하겠다는 다짐을 일순위로 꼽았다. 각 후보 캠프에서도 “후보가 한나라당으로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경선 결과를 따를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대선 지지율 1, 2위를 달리는 두 후보가 한 정당에서 한 명의 대선승리를 이끌어내도록 힘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닐 터. 따라서 경선 불복과 탈당 시나리오 등 당내 우려도 적지 않다.

▲ 우리나라는 지난 71년 이래, 치열하다고 꼽히는 정당내 경선에서 깨끗하게 승복하는 후보의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1987년 대통령직선제로 개헌한 이후 첫 대선에서 김영삼, 김대중 두 후보는 경선을 치르지도 못하고 각자 출마해 모두 패배했다. 1992년 민자당 경선에서는 이종찬 후보가 경선 직전 거부선언을 하고 탈당했다. 1997년 독자출마와 2002년 민주당 탈당으로 경선 결과에 두 번 불복했던 이인제 후보는 대선 역사에서 기회주의와 그 실패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그리고 올해, 대한민국 정치 40여년과 함께한 경선 불복의 역사는 이어질 것인가.

▲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두 후보 중 어느 한명이라도 당을 벗어나는 순간 지지율이 무너질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일단 한나라당 후보로 등록하면 탈당한 뒤 독자출마할 수 없다는 바뀐 선거법 상 확실히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1971년 신민당 경선에서 패배한 김영삼 후보의 김대중 후보 지지활동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처럼, 경선에서 떨어질 경우 당의 안녕을 위해 나서겠다고 하는 지지활동이 오히려 후보를 깎아먹게 된다면 그것 역시 경선 불복이 될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 외의 다른 당 역시 마찬가지이다. 올해에는 정당과 국민들이 원하는 ‘아름다운 경선’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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