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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천문산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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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천문산 바라보며

천문산 반 뚝 잘라 초강이 열리고 (天門中斷楚江開)
동으로 가던 푸른 물 예서 꺾여 돌아가네 (璧水東流至此廻)
강을 에워싼 푸른 산 사이로 (兩岸靑山相對出)
외로운 돛 하나, 해 언저리서 내려오네 (孤帆一片日邊來)

이백의 망천문산(望天門山)이란 시로 53세경의 작품이다. 천문산은 양쯔강을 끼고 양안에 대치해 있는 안후이성 무호 부근의 산인데, 거대한 문기둥 같다 하여 묶어서 부른다. 옛날 초나라 땅을 흘러가므로 초강이라 표현했고, 장강이 세차게 분출되어 나오는 모습을 천문산이 쪼개지는 것으로 그렸다. 과장된 듯하지만 경관을 한마디로 요약한 것 같다.

하늘 문에서 강물이 흘러나와 속세가 시작되는 듯한 분위기, 천문산을 누가 반으로 잘라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 천지창조를 하는 조물주를 느끼게 한다. 도가적 상상력의 표현이라 생각된다. 강물이 크게 구비를 튼다. 뱀처럼 구불구불 흘러가며 아름다운 경치를 만든다. 한편 물은 온갖 만물을 생동하게 하고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생명이다. 이를 골고루 나눠주기 위해 되도록 굽이치면서 천천히 가는 게 아닐까. 만물을 이롭게 하려는 방편이자 물류망인 셈이다. 인간들은 그것도 모르고 강의 흐름을 곧바로 펴기도 하는데 수재를 당하기 십상이다. 불어난 상류의 물이 빠른 속도로 하류를 덮칠 수 있기 때문에.

푸른 산에 끼인 강물은 빨라지고 물살을 탄 돛단배에 태양이 강렬하게 비친다. 양안에 우뚝 솟은 장엄한 산 사이로 돛단배 한 척이 빛을 발하며 내려오는 장면은 극적인 대비다. 88올림픽 개막 행사에서 대규모의 화려한 춤 행사가 끝난 후, 정적을 깨고 굴렁쇠를 구르는 꼬마 아이가 나타나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처럼….

이백은 시인 하지장이 자신을 하늘에서 쫓겨난 신선이라 부른 것을 좋아했고(四明有狂客 呼我謫仙人 `對酒憶賀監`), 스스로를 천재로 생각했던 것 같다. 햇빛 속의 배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신화나 전설 속의 무엇으로 느껴진다. 단순히 경치를 묘사했다기보다 고향을 떠나 세상에 나올 때의 의기양양함을 회상했는지 모른다.

실제 이백은 하늘에서 내려온 듯 무명의 가문에서 태어나 중국 천지를 방랑하며 시를 남겼고, 홀연히 사라졌다. 외로운 돛단배가 암시하듯 자신의 천재성을 몰라주는 세태에 분노하고 신분 차별과 고독에 시름하며. 고통 없이는 대작이 나올 수 없는 것인지….

세상은 아픔으로 가득 차 있고 삶의 신음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하지만 고통과 역경은 우리의 영성과 잠재력을 깨치는 신의 선물인지 모른다. 용기와 자긍심을 갖고 고난에 의연하게 대처하자.

김상규 동국대 석좌교수(전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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