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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탁자 밑의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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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탁자 밑의 시한폭탄

슬프다는 감정을 어떻게 공감시킬까? “내 안에 슬픔이 가득해요. 당신에게 위로받지 않으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해 볼까? 아니다. 이것은 생각의 전달이다. 상대방은 무표정할 것이다. 어릴 때 강아지를 키우다 하늘나라로 보낸 적이 있다. 엄마는 내가 몇 날 며칠을 입을 닫아 걸었다고 했다. “내가 키우던 강아지가 오늘 아침에 죽었어. 약을 먹은 쥐를 먹더니 벽을 타고 오르내리며 괴로워했지. 형이 하이타이를 푼 물을 입안으로 강제로 집어넣었어. 녀석은 한동안 괴로워하더니 저녁 때 나은 듯 내 품으로 돌아왔어. 녀석은 내 눈을 쳐다보며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내일은 나와 함께 지내리라고 말하는 듯했어. 녀석은 나를 가만히 응시하더니 갑자기 스르륵 눈을 감았어. 그 후 다시는 그 녀석의 눈을 뜬 모습을 보지 못했어. 학교가 끝나고 돌아오면 늘 나를 반겨주던 녀석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거지.”

공감 능력에 관한 한,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한 부류는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그걸 말하지 않고도 그 속으로 한없이 빠져들게 하는 사람이다. 다른 부류는 주제를 반복해서 말해서 뭘 말하는지는 알겠는데 그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지는 못하는 사람이다. 말하자면 ‘슬프다’라는 말을 끊임없이 반복하는데 그 슬픔이 절절하게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감정은 개념이 아니라 상황과 행위로 전달된다. 소설가 김연수도 그의 책 ‘우리가 보낸 순간’에서 사랑에 대해 공감시키려면 사랑에 대해 쓰지 말고 연인과 함께 걸었던 길, 먹었던 음식, 봤던 영화에 대해 쓰라고 했다. 서스펜스의 선구자 알프레도 히치콕도 같은 생각인 듯하다. 그는 서스펜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삐걱거리는 문소리로 서스펜스를 자아내 본 적이 없습니다. 서스펜스가 무엇인지 알려드릴게요. 네 사람이 포커를 치러 방에 들어갑니다. 갑자기 폭탄이 터져 네 사람 모두 뼈도 못 추리게 됩니다. 이럴 경우 관객은 단지 놀랄 뿐이죠. 그러나 나는 네 사람이 포커를 하러 들어가기 전에, 먼저 한 남자가 포커판이 벌어지는 탁자 밑에 폭탄을 장치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네 사람은 의자에 앉아 포커를 하고, 시한폭탄의 초침은 폭발시간이 다 되어 갑니다. 관객은 ‘지금 사소한 얘기를 할 때가 아니야. 조금 있으면 폭탄이 터질 거란 말이야’ 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 되죠. 폭탄이 터지기 직전 게임이 끝나고 일어서려는데, 그중 한 사람이 말하죠. “차나 한잔 하지.” 바로 이 순간 관객의 조바심은 폭발 직전이 됩니다. 이 때 느끼는 감정이 서스펜스입니다.”.

이번엔 기다림에 대해 말해보자.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한 순간이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애틋한 감정이 싹트는 시간이다. 그 느낌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중략) -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는 기다리는 마음에 대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고 했다. 기다리는 사람의 심리를 현장에서 목격하며 중계 방송하듯이 보여줌으로써 그 감정을 공감시킨다.

철학자들도 자신들의 골치아픈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마찬가지의 방법을 쓴다. 장자가 경청에 대해 무엇이라고 했을까? “상대의 말에 온몸으로 응답해야 한다. 경청은 귀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도 하고, 입으로도 하고, 손으로도 하는 것이다. 몸짓과 눈빛으로 반응을 보이고 상대에게 진정으로 귀 기울이고 있다는 신호를 온몸으로 보내야 한다”라고 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는 이렇게 상황을 묘사했다. “음악 소리는 텅 빈 구멍에서 흘러 나온다. 악기나 종은 속이 비어 있기 때문에 공명이 이루어져 좋은 소리를 내게 된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텅 비우면 사람에게서 참된 소리가 생겨난다. 마음을 비울 때 비로소 우리는 상대방과 대화할 준비가 된다. 그러면 대화 속에서 진실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텅 빈 공명에서 나오는 소리가 좋은 악기의 소리라는 비유를 통해 편견 없는 마음으로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경청이라고 말하고 있다. 공감은 구체적인 상황이 공유될 때 가능하다. 비즈니스맨의 설득도 마찬가지다. 당신의 제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상대가 얻게 될 이득을 구체적으로 약속해라.

김시래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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