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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불평등은 어떻게 사회에 해를 끼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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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불평등은 어떻게 사회에 해를 끼치는가?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논객닷컴=이영환] 요즈음 경제적 불평등에 관한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느낌이다. 여기에는 평등을 강하게 주장하면 황당한 오해를 받는 한국사회의 풍토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논의가 없다는 것이 곧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경제적 불평등은 결국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존립을 위협하는 내적 요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을 비롯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들은 모두 일자리를 소멸시키는 파괴적 기술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글로벌 경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융자본이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는 것조차 두려울 정도이다.

 필자가 여기 소개하는 TED 동영상의 연사인 리처드 윌킨슨(Richard Wilkinson)는 영국 노팅엄 대학의 명예교수로서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회역학자(social epidemiologist)이다. 그렇기에 윌킨슨 교수는 사회 전반에 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야기되는 각종 사회적 질병들을 진단하고 처방을 제시한다. 이 동영상의 내용은 윌킨슨 교수가 저서 『평등이 답이다』에서 다룬 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윌킨슨 교수의 진단과 처방은 간단하다. 개별 국가의 국민소득 수준과 각종 사회적 문제(기대수명, 아동복지 등) 간에는 별다른 상관관계를 발견할 수 없었지만, 개별 국가 내에서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예컨대 기대수명의 관점에서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는 별 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한 사회 내에서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의 기대수명에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다른 여러 사회지표들도 유사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한 사회에서 계층 간 경제적 불평등이 심할수록 대부분의 사회문제들은 더욱 악화된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윌킨슨 교수는 여러 사회 지표들, 예컨대 기대수명, 문맹률, 영아 사망률, 자살률, 범죄율, 십대 출산률, 신뢰, 비만, 정신질환, 사회적 이동성 등에 동일한 가중치를 주고 하나의 지표를 만든 후 소득 불평등의 정도와의 관계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분명한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 마디로 말해, 소득의 불평등이 큰 사회일수록 이 지표는 더 나빠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일본과 미국의 경우이다. 일본은 소득 불평등이 매우 낮으면서 동시에 사회적 문제들이 매우 적은 경우인 반면, 미국은 반대로 소득 불평등이 매우 높으면서 동시에 사회적 문제들이 심각한 경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그의 분석에 한국은 포함되어 있지 않기에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한국은 미국의 경우에 더 가까울 것으로 본다. 그가 제시한 도표를 보면 이런 관계를 분명히 파악할 수 있다.

 그의 주장은 개별 지표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를테면 신뢰와 소득 불평등 간에는 음(陰)의 상관관계가 성립한다. 즉 불평등이 심한 사회일수록 신뢰 수준이 낮다. 사회적 이동성과 소득 불평등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반면 정신질환과 소득 불평등 간에는 양(陽)의 상관관계가 성립한다. 즉 소득 불평등이 높을수록 정신질환율도 올라간다. 범죄율도 마찬가지이다. 이와 같이 소득 불평등은 단순히 경제적 삶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건전성과 건강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이런 연구 결과에 관심을 가져 할 시점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평등을 주장하자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불평등은 사람들에게 열심히 일할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어느 정도 불평등을 용인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좋은 불평등을 장려하고 나쁜 불평등을 억제할 것인가에 있다. 현명한 정부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런데 이 동영상을 통해 우리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다 다름 아니라 일본의 상황이다. 윌킨슨 교수의 자료에 의하면 일본은 불평등의 정도가 매우 낮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회 지표에서 상위권에 있다. 한 마디로 일본인들은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고, 삶의 질이 높은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일본에서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자명하다. 일본과의 악연으로 인해 우리는 일본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그렇지만 윌킨슨 교수의 자료가 보여주듯이 일본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많은 나라이다. 적을 알아야 승리할 수 있다는 교훈을 믿는다면 일본으로 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이 동영상의 토대가 된 '평등이 답이다'의 원제목은 『The Spiritual Level』이다. 최근 윌킨슨 교수는 『The inner Level』이라는 책을 출판했는데, 부제는 “보다 평등한 사회는 어떻게 스트레스를 줄이고, 건전성을 회복하며, 모두의 복지를 증진하는가?”이다. 읽어 볼 만한 책이다.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지식협동조합 <경계너머 아하!> 이사

 <시장경제의 통합적 이해> 외 다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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