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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넷플릭스에 관한 짧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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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넷플릭스에 관한 짧은 생각

 해외 미디어시장은 새로운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이 새로운 경쟁에서 핵심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범용 인터넷망을 통한 동영상서비스 즉 OTT(over-the-top)다. 최근 디즈니가 21세기폭스사를 M&A한 이유는? 디즈니는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기 때문에, 물론 맞다. 하지만, 쉽게 눈에 띠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다. 훌루(Hulu)라는 OTT의 경영권을 확보함으로써, 디즈니가 미디어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자인 넷플릭스(Neflix)와의 경쟁에서 앞서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국내 미디어시장은 어떠한가? 불과 2017년까지만 해도 온라인으로 동영상서비스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지 않았다. 하지만, 2018년부터 그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그 중심에 역시 넷플릭스가 있다. 2018년 닐슨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OTT 동영상서비스 이후 TV 시청시간이 줄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58.5%에 달한다. 한 실증 연구논문(정보통신정책연구 2019년 3월호)에 따르면, OTT 동영상서비스는 지상파와 유료방송서비스의 대체재임을 확인하고 있다. 유료방송서비스의 케이블을 끊어버리는 현상 즉 코드-커팅(cord-cutting)이 시작되는 바로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에 우리는 서있다. 2018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케이블을 끊기보다는 이용 요금을 줄이고 OTT를 함께 보는 현상 즉 코드-쉐이빙(cord-shaving)이 미미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불과 1년 남짓한 시간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에 상륙했다.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그 목소리도 이내 잠잠해 졌다.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 넷플릭스는 유료방송서비스와의 요금 경쟁에서 밀릴 것이고, 따라서 국내 미디어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했다.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다양한 콘텐츠, 오리지널 콘텐츠로 상품을 배치하고, 편리하고 쉬운 가입 및 탈퇴 절차를 제공하고,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는 등 넷플릭스는 동영상서비스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기울였다. 더불어, 넷플릭스는 ‘미스터선샤인’라는 국내 드라마에 300억 투자하면서 단숨에 콘텐츠시장의 큰 손(투자자)으로 부상했다. 이어 킹덤, 페르소나 등 새로운 넷플릭스 오리지널 국내작품에 과감하게 투자하면서, 유료가입자를 늘렸다. 기존 사업자들이 경제적 이윤을 안정적으로 얻어 왔던 지상파와 유료방송시장에 새로운 경쟁사업자가 등장하면서, 국내 미디어시장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높은 진입 장벽(허가제도)으로 안정적으로 얻어온 경제적 이윤이 스트리밍 방식, 전송망의 진화, 요구형비디오서비스(VoD, video-on-demand)의 등장 등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의 씨앗이 되었다. 스트리밍 동영상서비스 OTT는 기존 시장의 장벽을 부수고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제작시장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의 제작 규모를 키우면서, 제작사가 킬러 콘텐츠 또는 프리미엄 콘텐츠를 생산해낼 기회를 제공해준다. 새로운 유통 및 배급사로서 넷플릭스는 제작사에게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아시아지역 판권을 획득한다. 앞으로, 넷플릭스는 거대 자본을 앞세워 해외 유통망을 장악하게 되면, 국내 제작사가 만든 콘텐츠가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 넷플릭스를 반드시 거쳐야할 시대가 바로 눈앞에 있는지 모른다.

 넷플릭스는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채널 즉 콘텐츠의 기회, 편성, 제작하는 방송사업자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는가? 지상파방송사 중 지역민영방송사들을 제외한 나머지 방송사들은 코바코(KOBACO)라는 공영미디어렙을 통해서 광고를 판매한다. 공영미디어렙은 공익적 측면을 고려하면서 광고를 판매하기 때문에 방송사들 입장에서는 광고비를 통한 제작비 조달에 힘이 든다. 반면 유료방송채널의 경우, 직접 광고를 판매하거나 통합된 민영미디어렙을 통해서 광고를 판매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이렇게 광고판매대행제도에 따라 제작비를 조달하는 방식에 큰 차이가 생기고, 이러한 불균형 하에서 넷플릭스의 투자금은 지상파방송사에게도 큰 유혹이 된다. 미스터션사인을 제작한 스튜디오드래곤은 CJ계열의 유료방송채널들에 편성되어 광고비를 통한 제작비를 수월하게 조달받고, 덤으로 넷플릭스로부터 거액의 투자금을 받아 제작했다. 풍부한 자금은 곧 드라마의 고품질로 이어진다. 제작업계의 법칙이다.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채널 간 광고 판매 경쟁에서 넷플릭스가 유료방송채널에 힘을 보태주는 형상이다.

 넷플릭스는 정체되어 있는 방송프로그램과 영화 제작시장을 흔드는 독행자(maverick)가 되어 여러 관련된 그리고 인접한 시장에서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기업이다. 지리적 시장은 세계화(globalization)되고, 세방화(glocalization)되고, 상품 시장은 상품 간 경계가 무너져 융합되고, 거대해진다. 시장을 획정하기 힘들어진다. 혼란의 시대, 넷플릭스는 미디어 상품의 생산과 유통시장에 새로운 바람으로 그칠지 나아가 새로운 시장을 지배하는 사업자로 거듭날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 마냥 편하지는 않다.

 

강재원 동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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