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미디어동국

본문

홈 > 미디어동국 > 언론속 동국 > 칼럼

[국회보]대북정책의 변화와 전망_제재는 목적이 아닌 수단… 북핵해법 모색 병행해야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언론사 기사 바로보기
[국회보]대북정책의 변화와 전망_제재는 목적이 아닌 수단… 북핵해법 모색 병행해야

지난 1월 6일 북한의 수소탄 핵실험과 2월 7일 광명성 4호 로켓 발사 이후 우리 사회 일각에서 “햇볕은 뜨겁지 않았고, 채찍은 아프지 않았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북핵문제는 해결하려고 하면 할수록 고도화되는 역설이 형성됐다. 김대중 정부는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1994년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를 통해서 만들어 놓은 ‘동결 대 보상’ 방식의 북핵해법에 따라 햇볕론에 입각한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했다.

햇볕정책을 추진할 시기에는 ‘동결 대 보상’ 방식으로 북한의 핵개발을 지연시켰다. 하지만 북한이 플루토늄(Pu)을 원료로 한 핵개발은 동결하고 고농축우라늄(HEU)을 활용한 핵개발을 추진했다. 2002년 10월부터 미국이 HEU 핵개발 의혹을 제기하자 북한은 동결했던 플루토늄 핵프로그램을 활용하여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2005년 6자회담의 ‘9·19공동성명’에서 동시행동원칙에 따른 동결 대 보상방식의 북핵해법에 합의한 직후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BDA) 금융제재를 추진하자 북한은 핵실험으로 맞섰다.

1차 핵실험 이후 2007년 6자회담의 2·13합의에서 폐쇄 → 불능화 → 폐기 수순으로 이어지는 북핵해법을 마련하고 10·4선언을 통해서 3자 또는 4자가 ‘종전선언’을 하기로 남북정상이 합의했다. 그러나 한국의 정권교체로 한반도 냉전구도해체 및 평화체제 구축과 연계한 북핵해법은 더 이상 작동하지 못했다.

진보정부 10년을 ‘친북좌파 정권의 잃어버린 10년’으로 비판하고 집권에 성공한 이명박 정부는 이전 정부와 대북정책 차별화를 모색하면서 ‘비핵 개방 3000’을 내세우고 선비핵화 정책을 추진했다. 2008년 8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뇌졸중을 계기로 북한 급변사태론이 힘을 얻으면서 이명박 정부가 표방했던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은 사실상 폐기됐다.

이명박 정부가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제재와 압박에 주력하면서 ‘기다리는 정책’으로 일관하자, 미국 오바마 행정부도 ‘전략적 인내’로 화답하면서 6자회담을 진행하지 않는 등 북핵해결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은 전략적 인내와 급변사태론에 맞서 2009년 5월 25일 2차 핵실험을 감행하고 핵무기 고도화를 추진했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 출범 직후인 2012년 ‘2·29합의’를 통해서 동결 대 보상 방식의 북·미 핵협상이 이뤄졌지만 같은 해 4월 북한의 광명성 3호 1호기 로켓발사로 합의는 파기됐다. 광명성 3호 1호기 발사에 실패한 북한이 같은 해 12월 2호기를 발사하여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켰다. 1호기 발사 때 경고 성명을 냈던 유엔 안보리가 2호기 발사 이후 제재 결의를 채택하자 북한은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소형화·경량화·다종화·정밀화를 이뤘다고 자평하고 ‘사실상의 핵보유국’임을 선언했다. 3월 북한은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노선’을 당의 기본노선으로 채택하고 ‘핵무력의 병기화’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이 금지선(red line)을 명확히 하지 않고 선핵폐기론에 따라 제재와 압박에 주력했지만 결국 북한은 시간이 지날수록 핵능력을 고도화시키고 있다. 급기야 북한은 지난 1월 6일 ‘시험용 수소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플루토늄과 고농축을 원료로 한 원자탄을 넘어 수소탄까지 넘보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내놓고 햇볕과 채찍을 넘어 제3의 길을 가겠다고 했지만 북한이 호응하지 않았다. 정부는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 없다고 하면서 선비핵화론에 입각한 제재와 압박을 지속함으로써 남북관계 복원에 실패하고 4차 핵실험과 광명성 4호 로켓발사를 막지 못했다.

정부는 북한의 연이은 전략적 도발이 금지선을 넘은 것으로 인식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막기 위한 극약처방으로 개성공단 전면중단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실무검토 카드를 들고 나왔다.

우리 정부가 출구 없는 강력한 대북제재를 추진하는데 비해 미국과 중국은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병행 추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기 직전인 지난해 말 미국에 평화협정과 관련한 협의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중국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병행 추진을 제안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외부세계의 우려사항과 북한의 요구사항을 6자회담에서 합의한 ‘동시행동원칙’에 입각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쪽으로 출구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제재는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북한의 정권교체와 체제붕괴를 겨냥한 출구 없는 제재 일변도는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받기 어렵다. 지금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채찍을 가해야 하지만 북핵 고도화를 막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해법을 만드는 노력도 함께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왜 북핵 고도화를 막지 못했는가에 대한 자성적 검토가 필요하다. 모든 책임을 북한과 전임 정권들에 떠넘길 수는 없다. 6자회담에 참가하는 당사국들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북핵해법에도 온도차가 있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서 창의적인 북핵해법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첨부파일
첨부파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