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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합법 집회도 지속적 騷音(소음)은 규제해야

김상겸 / 동국대 법과대 학장·헌법학 ☞ 언론사 기사 바로보기
[문화일보]합법 집회도 지속적 騷音(소음)은 규제해야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집회나 시위가 많은 국가 가운데 하나다. 대한민국 헌법도 집회와 시위를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기본권으로서 최대한 보장한다.

그러나 국가 공동체에서 헌법이 개인에게 보장한 기본권에는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수반된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해야만 자신의 권리도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 인권의 정신이다.

평화적 집회만 보장하는 독일 헌법과 달리 우리 헌법은 단지 집회의 자유만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평화적 집회의 기준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평온한 삶을 훼손하고 권리를 침해할 정도의 집회는 보장될 수 없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집회는 많은 사람이 모이고 확성기 등의 사용으로 소음(騷音)이 발생하게 된다. 소리는 개인의 현재 상태라든지 주위 환경에 따라 언제든 소음이 될 수 있다. 이는 개인의 주관적인 감각에 의한 것으로, 어떤 사람에게는 좋은 소리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소음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법은 집회에서 발생하는 소음에 관해서도 허용 기준을 정해 규제하고 있다.

집회는 민주주의에서 집단적 의사표현의 권리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소음에 대해 법의 규제도 상대적으로 관대하다. 그러다 보니 집회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시민의 일상적 평온을 깨뜨리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심지어 법 집행기관인 경찰서 앞에서 집회를 하면서 확성기를 지속적으로 반복 사용하며 소음을 유발하고 평온을 깨뜨리기도 한다. 법치국가에서 법이 정한 소음 기준을 넘지 않는 한 이를 규제할 방법이 많지 않다.

그러나 집회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법의 규제 기준을 넘지 않더라도 장기간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이 역시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 돼 제한할 필요성이 생긴다. 이런 소음으로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본다면 기준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법치국가는 법의 기준을 교묘하게 넘나들며 악용(惡用)하는 자에게까지 관용(寬容)을 베풀진 않는다.

목적이 정당하다 해도 방법이나 수단이 정당하지 못하면 결과의 정당성은 상실될 것이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목적의 정당성을 앞세우면 방법과 수단이 다소 지나치다 해도 이를 어느 정도 용인했다. 그런데 목적은 이를 위한 방법과 수단에 의해 실현되기 때문에, 방법과 수단이 올바르지 못하면 목적은 실현될 수 없고 결코 실현돼서도 안 된다. 이른바 ‘국민정서법’이나 ‘떼법’이 허용될 수 없는 것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과 수단에 정당성과 합법성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화는 그동안 사회 발전과 국민의 권리 신장에 많이 기여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의 경험은 인권의 소중함에 논거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인권만 강조하다 보니 공동체에서 인권의 보편성에 대한 역사적 의미가 왜곡되고 있다. 사람들은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 주장하는 인권의 의미와 그 한계를 이기적으로만 이해하려 한다. 인권은 주장하는 개인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를 주장하는 사람에게 이타심이 없다면 인권은 단지 개인의 이익을 주장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더구나 집회와 같이 집단적으로 주장되는 인권의 경우 자신만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집회의 소음도 다른 사람의 평온을 보호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기준을 강화해 규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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