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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이여, 내 안의 틀을 깨고 나아가자”

일본 동경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이정연 동문

일본의 수도 도쿄에 있는 국립 종합대학교, 동경대학교(The University of Tokyo)는 일본 내에서 최고의 대학으로 평가 받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베이징 대학과 함께 아시아 3대 명문대학으로 꼽힐 뿐만 아니라 2018 QS(Quacquarelli Symonds)에서 발표한 QS세계대학순위(QS World University Rankings)에서는 종합순위 28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을 넘어 아시아와 세계에서도 수위를 다투고 있는 동경대학교에 우리대학을 졸업한 동문이 교원으로 8년째 강단에 서고 있다. 

-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 동국대 교육학과 92학번이다. 동국대학교에서 교육학과 석사를 마치고 일본 나고야 대학에서 교육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나고야 대학에서 4년 6개월 간 준교수(부교수)로 재직했고, 2011년부터 동경대에서 대학원교육학연구과 생애학습(평생교육) 준교수(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대한 연구를 하는지 궁금하다.
▷ 평생교육을 기반으로 연구하고 있다. 박사논문 때 ‘한국 사회교육의 기원과 전개’라는 주제로 사회교육이라는 용어와 개념이 언제부터 한국으로 들어와 전개됐는지 연구했다. 현재는 그 후속작을 준비 중에 있다. 일제강점기의 대표적인 사회교육이었던 ‘야학’에 관한 연구가 그것이다. 이 전에 다뤄졌던 일제강점기 ‘야학’은 짧은 사료, 그 당시의 기사 등 단편적인 문헌만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일제교육에 대한 저항과 관련된 서술만 나열 돼 있어서 자세하게 어떤 교육들이 진행됐었는지 확인하고자 연구를 시작했다. 자세한 연구를 위해선 실제 그 당시 교육을 직접 받아보신 분들의 인터뷰가 필요했다. 5년 전부터 실제로 일제강점기 시절 야학을 배워본 경험이 있는 분들을 취재했다. 현재까지 일제강점기 하에 실제 야학교육을 받아보신 80여명을 인터뷰했다. 곧 해당 자료들을 묶어 연구결과를 발표하려고 한다. 이 외에도 한국 교육복지 관련 연구’를 현재 공동으로 연구진행 중이다.

- 한국도 아닌 일본에서 평생교육학 연구자라는 이력이 특이한 것 같다.
▷ (웃음)일본에서 교수를 하게 된 건 다 모교인 동국대 덕분이다. 대학원 1학년 때 일본으로 1년간 교환학생을 가게 될 기회가 생겼다. 사실 학부 1학년부터 일본어 공부를 꾸준히 해왔다. 특별히 어떤 목적이 있어서 공부했다기보다는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 새 원어민과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2년간 매일 아침 7시에 일본어 학원을 다니며 공부한 결과이기도 했다. 일본 대정대학에서 교환학생을 하면서 일본에서 정착해 연구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고야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교수 공모에 응모해 합격해 교수로 재직, 이후 동경대 교수로 스카우트 돼 재직하고 있는 나 자신을 돌이켜보면 대학원 때 교환학생 제도로 일본에 온 것이 내 인생을 바꾼 큰 전환점이 된 게 아닌가 싶다. 특히 교환학생 제도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안전장치와 같다. 나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교환학생 제도는 학교에서 안전을 보증해주니 적응하기가 더 쉬웠던 것 같다. 우리 후배들도 나처럼 학교제도를 잘 활용해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 한국과 일본이 평생교육과 관련해 교류가 많은 편인가?
▷ 평생교육 측면에 있어서는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다. 한국과 일본의 정세와 관계없이 늘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에서 일본사례들을 벤치마킹했는데 최근엔 일본에서도 한국을 배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각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는 마을 만들기(평생학습도시) 사업이나 마을 주민을 위한 평생교육 사업들이 일본을 벤치마킹해 적용하고 있는 사례이다.

- 일본 교수로 재직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들도 있을 것 같다.
▷ 한국사람들이 흔히 일본사람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많다. 처음 나고야 대학 교수로 재직했을 때, 식사시간에도 연구실에 같이 밥 먹으러 오는 사람이 없어 많이 당황했다. 뿐만 아니라 내가 다 알아서 챙겨야 하는 시스템이라 초반에 입시관련 모든 일도 일본인 교수들과 함께 분담했다. 외국인이라 차별하는 게 없어서 좋았지만, 반대로 외국인이라 봐주는 것도 없더라.
일본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사고가 있다. 연구실에 방문을 두드리는 것도 주저하는 것이다. 교직원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도 내가 먼저 식사를 하고 있으면 같이 앉아서 식사를 하지 않는다. 본인 때문에 내가 식사를 다 먹어도 기다려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한국사람인 내가 적응하기 쉽지 않았지만 적응하고 보니 오히려 이게 더 편할 때도 많다. 내 삶의 리듬에 맞춰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나친 배려로 가끔 외로울 때도 있다.

-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한국학생들과 일본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방식도 다르겠다.
▷ 한국학생들이 확실히 수업태도가 적극적이다. 일본학생들은 얌전하더라. 한국학생들은 특히나 수업들을 때 센스도 한수 위인 것 같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하는 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후배들이 있다면 일본을 추천하고 싶다. 한국의 스타일이 일본에서 잘 통한다. 한국학생을 일본교수들도 좋아한다.

- 도전을 준비 중인 후배들에게 한마디
▷ 외국에 나가는 걸 추천한다. 한국에 있다보면 시야가 갇히기 마련이다. 꼭 돈이 있어야 해외를 나갈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도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제도를 활용해 해외에서 수학했고, 다른 나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여행이 아니라 직접 살아보길 권한다. 여행에서 볼 수 없는 걸 볼 수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틀을 스스로 떨쳐나가길 바란다. 스스로의 울타리를 거둬냈으면 한다. 동국대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야 올 수 있는 학교는 아니지만, 여러분들의 인생은 대학을 진학하고부터 시작이다. 과거의 틀에 얽매여 자신을 가둬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끊임없이 자신을 정진해 스스로의 역량을 마음껏 펼쳤으면 한다.
나고야 대학 역시 훌륭한 대학이고 나 역시 만족하면서 교수생활을 했다. 사실 동경대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을 때(일본에서는 교수임용제도로 공개채용과 스카우트 제도가 있다) 내가 동경대로 갈 이유가 없었다. 제2의 고향인 나고야를 떠나고 싶지 않기도 했고 동경은 대학업무 외에도 학회 등의 다른 업무도 많이 집중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동경대 교수로 재직하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후배들 때문이다. 후배들이 나를 통해 스스로 제한을 두지 않고 살아온 사람을 발견했으면 했다. 후배들이 스스로 위축되지 않았으면 한다. 여러분은 대한민국 중심에서 공부한 인재들이다.

이정연 교수를 보고 있으면 지난 2005년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축사로 많은 이들에 회자됐던 애플 스티브 잡스의 연설문이 떠오른다. 스티브 잡스는 당시에 인생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던 서체수업을 청강했는데 이 수업 덕분에 이 후 애플사는 아름다운 서체를 가진 최초의 컴퓨터를 만들 수 있었다. 그녀 역시 스티브 잡스처럼 미래에 어떠한 도움이 될지 전혀 몰랐던 일본어 공부 덕분에 현재 일본에서 살고 있다. 교환학생 제도가 없었다면 현재 일본 최고대학인 동경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그녀를 볼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무엇이라도 준비를 해놓는다면 기회는 언젠가 다가온다고, 실제로 경험을 통해 그 말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타인들의 인식을 넘어 지금 일본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저 가슴과 영감을 따르는 용기를 냈기 때문일 것이다. 동악인들도 그녀의 바람처럼 ‘항상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길(Stay Foolish, Stay Hungry)’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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